[한국여성인물사전] 232. 백야단(白也丹)

입력 2017-11-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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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싸움에 희생된 미모의 후궁

백야단(白也丹·?~1297)은 충렬왕의 후궁이다. 태산군(泰山郡·현 전북 정읍) 사람인 시씨(柴氏)의 딸로서 처음에 궁인으로 입궁하였다. 일명 무비(無比)라고도 불리는데, 무비란 비교의 대상이 없다는 뜻이니 매우 아름다웠을 것이다. 예전에 의종(毅宗)의 궁인에도 무비가 있었는데, 그녀 역시 미모로 왕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백야단을 무비라고도 부른 것은 미색과 왕의 총애가 예전의 무비 못지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충렬왕은 세자 시절에 종친의 딸인 정화궁주(貞和宮主)와 혼인했고, 1274년(원종 15)에는 39세로 원나라 세조의 딸인 제국대장공주(齊國大長公主)와 혼인하였다. 제국대장공주는 충렬왕과 스무 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났지만 원나라 공주라는 점 때문에 위세가 왕 이상이었다. 게다가 질투도 심해 정화궁주조차 공주가 죽을 때까지 왕과 동거를 못하고 별궁(別宮)에 거처해야 할 정도였다.

충렬왕은 공주의 질투를 알기 때문에 사냥을 가서 백야단과 밀회하였다. 도라산(都羅山·경기도 파주시 소재)으로 왕래할 때면 반드시 그녀가 시종했고, 한 번 가면 며칠씩 계속하여 즐겨 놀았으므로 사람들이 그녀에게 ‘도라산’이란 별명을 지어 주었다. 왕의 총애가 두터워지자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이 그녀 주위에 몰려들었고, 세자는 이를 매우 미워하였다.

한편 백야단은 상당히 자유분방한 성품의 소유자였던 것 같다. 아니면 왕에게 얽매이는 게 부질없다고 느껴서일까? 그녀는 1295년(충렬왕 21) 낭장 이곤(李琨)과 간통을 하였다. 이곤은 장순룡(張舜龍)의 사위였는데, 장순룡은 위구르 사람으로 공주가 시집올 때 데려온 겁령구[私屬人]로서 고려에서 벼슬하며 위세를 누리던 자이다. 충렬왕은 이곤을 죽이려 하였으나 장순룡의 낯을 보아 섬으로 귀양을 보냈다. 백야단에게 어떤 처벌을 내렸는지는 사료에 보이지 않으나 이후에도 건재함으로 보아 얼마간 보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1297년에 제국대장공주가 죽었다. 원나라에서 귀국한 세자(뒤의 충선왕)는 왕에게 “어머니의 병이 생긴 원인을 아십니까. 이것은 사랑을 받고 질투하는 이들 때문일 것이니 그들을 문초하소서”라고 하였다. 왕은 상복을 입는 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러나 세자는 백야단 등이 무당을 통해 저주한 사실을 조사하게 하였다. 무당과 점치는 중들이 모두 자백하여 차츰 저주한 사실이 드러나자 세자는 백야단을 비롯하여 최세연(崔世延), 도성기(陶成器) 등 그 일당 40여 명의 목을 베었다. 즉 세자는 어머니의 죽음을 빌미로 충렬왕의 측근 세력을 제거했고, 충렬왕은 아들에게 양위(讓位)하였다. 충선왕은 부왕을 위로하기 위해 미모의 과부를 후궁으로 들여주니, 그녀가 숙창원비(淑昌院妃)이다.

백야단의 사례는 후궁들이 중요한 정치세력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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