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 젊은이들을 ‘인재의 무덤’으로 몰지 말라

입력 2017-12-05 10:28 수정 2017-12-0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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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공무원이 되겠다는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다. “안정적이고 편해서….” 십중팔구는 이렇게 대답한다. 무슨 말인가? 변화에 무뎌도 되고, 조직 내 경쟁도 덜하고, 그래서 잘하든 못하든 정년까지 버틸 수 있어 좋다는 말이다.

때로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해준다. 스트레스와 과로로 숨진 공무원들을 못 보았느냐고. 하지만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잘 안다. 이래저래 느슨한 것이 민간부문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너나없이 될 수만 있으면 공무원이 되려 한다는 것을.

정부·여당이 바로 이 공무원 자리를 늘리겠다고 한다. 잘 알다시피 2020년까지 공사 공단 등을 합쳐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늘리겠다는 것이 대선 공약이었다. 그러면서 당장 내년에 늘릴 공무원 수를 놓고 야당과 격돌하다, 예산안 통과 법정 시한을 이틀 넘긴 어제서야 중앙공무원 9475명, 지방공무원 약 1만5000명을 늘리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정부·여당의 논리는 ‘일자리’이다. 시장이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니 정부 안에라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주요 야당들의 논리는 ‘돈,’ 즉 이들을 고용하는 순간부터 지급하게 될 비용과 이로 인한 재정악화 우려였다.

이를 보며 생각해 본다. 이 문제가 단순히 일자리와 돈만의 문제일까? 일자리만 생기면 그만이고, 이를 감당할 돈만 있으면 되는 일인가? 어디 한번 물어보자. 공무원 자리를 늘리면 누가 공무원이 될까? 두말할 필요 없다. 수백대 일의 높은 경쟁률을 뚫은, 그야말로 우수한 젊은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래도 괜찮을까? 흔히들 관료체제를 ‘인재의 무덤’이라고 한다. 시험 하나는 잘 쳐서 들어간 인재들을 ‘눈치꾼’이나 ‘영혼 없는 존재’로 만들어 놓는다는 뜻이다. 당장에는 1만2000여 명, 길게는 81만 명, 우리 사회 곳곳에서 미래를 위한 혁신과 변화의 동력이 되어야 할 우수한 젊은이들을 이런 ‘무덤’에 들어가게 할 판이다. 한마디로 아찔하다.

늘리지 말라는 게 아니다. 우리는 전체 고용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이 8.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1.3%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일부에서는 공사, 공단 등을 다 합치면 우리 역시 낮지 않을 것이라 한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우리가 낮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특히 복지, 안전 등 사회서비스 부분의 비율이 낮은데, 이 부분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볼 때 공무원 수의 증가는 당연한 일이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비 지출 비중은 10% 남짓, 21%에 달하는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지출도 인력도 많이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늘리느냐가 문제이다. 지금처럼 ‘안전하고 편한’ 그래서 ‘느슨한 자리’로 늘릴 것이냐, 아니면 민간 부문만큼이나 혁신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가며 늘릴 것이냐이다.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없으면 공무원 증원은 곧바로 국가의 혁신역량을 떨어뜨리게 된다.

그래서 답답하다. 정부·여당은 그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고, 야당들은 그 비용만 따지고 있다. 미래를 선도해야 할 우수한 인력이 편하고 안전한, 그리고 느슨한 조직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는 문제는 걱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 수를 ‘혁명적으로’ 늘리겠다면, 그 직무환경과 조건 그리고 문화 또한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안을 내놓아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연공서열에다 순환 보직, 게다가 각종의 법령과 지침들이 밟으면 터지는 지뢰가 되어 있다. 하지만 답이 영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자리만 늘리면 된다거나, 돈이 문제라는 정도의 조잡하고도 단순한 사고를 넘어선다면 말이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 우수한 젊은이들을 편하고 안전하고 느슨한 자리, ‘인재의 무덤’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결국은 혁신역량으로 승부가 나는 세상, 오늘 당장 박수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그 소리는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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