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진화 “단기·대증적 대책이 한탕주의 불러...'가상화폐 갈라파고스’ 형국”

입력 2018-01-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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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전 부터 법적 정의 강조...작년 9월 규제 이후 ‘김치 프리미엄’ 2배 이상 뛰어”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가 10일 서울 종로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가 10일 서울 종로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진화(43)<사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한 뜨거운 관심 만큼이나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공동대표는 2013년 ‘넥스트머니 비트코인’이란 책으로 국내 1호 비트코인 관련 서적을 낸 우리나라 비트코인 선구자로 통한다.

10일 오후 광화문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김 공동대표는 최근 각종 언론매체와 기관, 기업 등 강연 일정이 빼곡하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중간 빈 시간에 금융당국과 국회의원실 등에서 오는 전화를 받으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에게 가상화폐 등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을 위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이 규제 위주로 돌아섰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산업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업계가 규제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건전성 규제를 도입해 법적으로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1년 6개월 전부터 얘기를 해왔다. 그때부터 제도 마련에 힘썼다면 지금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규제는 필요하다. 모든 새로운 기술은 동전의 양면처럼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 낯선 기술의 잠재성을 잘 활용하는 사회는 어두운 측면은 잘 제어를 하고, 밝은 측면은 키워내는 사회적 역량에 달려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단기 대책만 내놓고 있다. 좋은 면과 나쁜 면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아몰랑’ 즉, 묻지마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단기적이고 대증적(對症的)이다.”

- 가상화폐에 대한 묻지마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모든 규제는 억압하는 역할과 끌어올려 부각하는 측면이 있어야 한다. 당근과 채찍을 양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불법적인 것들은 채찍을 휘두르고, 잘하는 시장 플레이어(참여자)들은 더 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시장 플레이어들이 잘되는 방향으로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 정부는 조급한 마음에 채찍만 휘두르다 보니, 오히려 정부의 채찍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시장의 반발 심리를 키웠다고 본다. 시장 플레이어도 정부가 언제 채찍을 휘두를지 모르니 한탕주의에 빠지게 된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주춤하는 사이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코인(가상화폐 약칭)들이 오른 것은 ‘싼 것을 사서 크게 벌어 보자’는 심리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장기적인 전망과 시야를 갖지 않으면 시장 플레이어 전부가 한탕주의에 빠지게 된다. 지금의 혼란과 한탕주의적인 풍토는 정부가 오히려 더 키워온 것이다.

단적인 예로 9월 29일(가상통화 범정부 TF 1차 발표일)부터 정부가 앞뒤 안 가리고 정책을 강경하게 밀어붙였다. 그때 비트코인이 500만 원 이하, 이더리움이 30만 원대였다. 그런데 이후 불과 몇 개월 새 비트코인은 2500만 원, 이더리움은 200만 원을 넘기도 했다. 이게 다 시장의 반응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다고 본다. 특히 해외보다 우리나라가 더 비싼 것을 뜻하는 ‘김치프리미엄’이 당시 10~20%였는데, 지금은 40~50%가 됐다. 이게 모두 정부 정책의 결과로 나타났다.”

- 김치프리미엄이 커진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정부 규제 이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환전 투자 이외에 가상화폐를 국내로 옮겨 투자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가상화폐가 많았다. 국내로 가져온 코인을 달러로 환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원활하게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가격이 높지는 않았다. 자유시장의 원리는 차익거래의 기회가 생기면 그것을 실현하는 사람들로 좁혀지게 돼 있다.

이전에는 해외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들이 제한적이나마 됐기 때문에 김치프리미엄이 좁혀졌는데, 정부가 원화로 빠져나가는 것을 완전히 막아서 최근 크게 벌어졌다. 지금은 외국인 거래도 제한돼 들어오는 것조차 막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상화폐 갈라파고스’가 된 형국으로, 이 격차가 해소 안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 다른 나라의 경우 어떤가.

“미국은 시장에서 비정상이 발생하면 시장 시스템을 통해 이것들을 없애는 것이 굉장히 능수능란하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가격이 비정상적이라면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선물시장 기능을 통해 정상화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시스템을 통한 정상화 원리가 잘 갖춰진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가 비정상적인 시장이라고 판단해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 한국블록체인협회 발족을 앞두고 있는데, 투자자와 업계의 기대가 크다. 협회가 정부와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

“그동안 정부와 많이 협의해 왔고, 국회와 논의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어 이전까지의 성과들이 무효화되고, 오히려 퇴행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 그래도 국회와 정부를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시스템화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자율규제안을 만들었고, 잘 운영되도록 할 것이다.

시장에 알 수 없는 정보들이 혼탁하게 퍼지고 있다. 시장의 정보를 필터링하는 역할, 즉 투자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통계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생각이다.”

- 현재 협회를 준비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결국 민간이 중심이 되는 자율규제 시장 형성인 것이라고 보면 되는가.

“그렇다. 정부가 어떤 정책이나 규제를 내든 자율규제안이 뿌리내려야 한다. 민간이 중심이 돼서 건전한 시장 질서와 소비자 보호를 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그래야 산업의 나쁜 점이 최소화되고, 기술의 잠재력이 우리 사회의 역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회원사 간 이해관계 조율은 잘되고 있나.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잘 따라오고 있다. 거래소들이 광고를 많이 준비했었는데, 협회가 투기심리를 조장하는 광고는 중단하자고 제안해 자극적인 광고는 사라졌다. 신규 코인 상장도 올바른 프로세스가 정립되기 전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유망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가격과 어떤 연관성을 갖나.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표상돼야 하느냐는, 답은 ‘인터넷시대의 가치가 애플리케이션 단(壇)에 모인 것’이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과 아마존, 구글 이런 기업들이다. 블록체인 이코노미(경제)에서는 애플리케이션 단이 아닌, 그 밑의 기반이 되는 프로토콜(통신규약·플랫폼) 단에 가치가 모인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런 것들을 ‘팻(Fat) 프로토콜 이론’이라고 한다. 인터넷 시대에 애플리케이션 단의 가치가 IT기업들의 주식이었다면, 블록체인은 기업이 없으니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 가치가 집중된다. 이제까지와의 경제 모델 자체가 다르다.”

- 앞으로 블록체인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현재는 얼리 스테이지(기술 초기 시대)인데, 앞으로 인터넷과 결합하면 성격이 많이 바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라는 자율주행차, 머신러닝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과 블록체인이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본다.”

-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주도하는 것이 가능한가.

“모든 것을 정부가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같은 정책으론 기술발전을 이룰 수 없다. 그랬다가 우리가 큰 코를 다친 게 2007년 무렵 정부 주도로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를 만들어 해외 교류가 단절된 사례다. 정부는 환경과 생태계를 만드는 데 보조적인 역할만 해야 한다. 해외 많은 전문가들도 우리나라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김진화 공동대표는 누구

김진화(43)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인터넷과 제조업, 영리와 비영리, 국내외의 경계를 오가며 사회 혁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온 기업가다. 오르그닷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 공익 법인 타이드인스티튜트를 공동 설립했다. 사회 혁신 및 디지털 트렌드 전문가로 여러 방송 및 매체에서 활약했고, 활발한 기고와 강연 등을 통해 사회적 기업과 윤리적 패션 등의 사회 혁신적 방법론을 소개해 왔다. 2009년 노동부장관상을 수상했고, 2012년 유엔지구환경정상회의 한국 대표단으로 참가, 글로벌 청년혁신가 10인으로 선정됐다. 2013년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코빗(Korbit)을 공동 설립한 후 업계 생태계 조성을 위해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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