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의 세계경제] 미국 세금인하에 대한 과장된 기대

입력 2018-01-1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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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작년 말 최고 법인세율의 큰 폭 인하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혁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투자와 고용을 진작(振作)한다는 것이 공화당의 숙원이었다. 벌써 미국 최대 소매 매장을 보유한 월마트와 같은 기업들이 근로자 임금을 올리기로 하는 등 감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근로자 처우 개선을 발표하던 날 월마트는 자사 소속의 다른 브랜드 매장의 폐쇄를 발표하면서 많은 실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기업이 세금에만 반응하는 단세포 생물이 아니어서 감세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침소봉대(針小棒大)된 평가를 경계해야 함을 보여준다.

 해외의 미국 기업들이 유턴할까? 해외 미국 기업(주식 50% 보유 기준)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2012년 G20국에 분포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미국 의회예산처의 2017년 보고서에 의하면 영국(약 9000개), 캐나다, 중국, 멕시코, 독일(약 4000개) 순으로 미국 기업들이 입지(立地)해 있다.

 미국 기업들의 실제 소득 대비 세금으로 정의된 세 부담이 낮은 순으로 5개국을 꼽으면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중국 순이다. 영국을 제외하면 두 그룹의 나라 간 일치도가 높지 않다. 입지 선정 시 세금 외 요인들도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영국의 경우 국제금융의 중심지이며 EU시장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미국 기업들의 거점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접국이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파트너들이다.

 그동안 미국의 큰 기업이 주도해 세금이 낮은 국가의 작은 기업에 합병(M&A)를 당하는 형식을 이용하는 세금 도피(tax inversion)가 심심치 않게 있었다. 이는 전적으로 서류상 변신이며 기업이 실제로 이전한 것이 아니었다. 이 기업들에 미국의 법인세 인하는 다시 미국적을 회복할 유인이 된다. 하지만 이는 서류상 변화로 새로운 고용이나 투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이 대거 미국으로 거점을 옮길까? 한국 수출품에 대한 반덤핑 조치 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고조되며 이런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NAFTA에 대한 위협을 감안하면 캐나다나 멕시코에 공장을 구상하던 우리 기업은 미국으로 향할 수 있다. 멕시코에 입지한 기존의 설비를 미국으로 이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이는 현 정부가 2020년 이후에 지속될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미국행을 크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국내 기업 여건이 지나치게 나빠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다.

 감세의 경제 효과를 전체적으로 가늠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도 고려해야 한다. 누군가의 혜택을 줄이는 지출 축소는 선심 쓰는 감세에 비해 훨씬 어렵다. 지출을 줄이지 않는 감세는 국가 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이미 국채의 규모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재정 적자가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은 드물다. 한 이유는 신용도가 높은 미국 정부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 채권은 중국, 일본, 한국 등의 외환보유액에서 비중이 제일 큰 자산이다. 하지만 채무는 언젠가 갚아야 할 짐이어서 채무 증가는 부정적이다.

 미국은 자국 기업과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낮추는 데 적극적이면서도 조세분야 국제공조에 소극적이다. 최근 뉴스매체 블룸버그의 사설은 미국이 세계의 새로운 조세회피처가 되고 있다고 개탄한다. 다른 나라들에 자국 납세자의 금융정보 제공을 강요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정보 제공을 위한 법제가 아직도 미비된 상태라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의 중요한 한 축은 그간 쌓아온 소프트파워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구축한 세계 경제질서의 근간이 되어 온 제도와 관행 무시하기가 여반장(如反掌)인 근래 미국의 행보는 이런 소프트파워를 좀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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