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반란 (6)] 이혜민 핀다 대표 “쇼핑하듯 쉽게, 금융상품 찾아드려요”

입력 2018-02-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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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개 금융기관 7000여개 상품 정보 이해하기 쉽게 표준화…맞춤형 비교·검색 고객에 최적 상품 추천… 月 30만명 방문

똑부러진 목소리와 열정이 담긴 눈빛. 이혜민(35) ‘핀다’ 대표는 3차례의 창업 경험으로 잔뼈가 굵은 스타트업 대표답게 인터뷰 내내 뚜렷한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했다. 창업 시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선택한 네 번째 창업 아이템은 바로 ‘금융’이다.

▲이혜민 핀다 대표는 2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더 나아가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이동근 기자 foto@
▲이혜민 핀다 대표는 2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더 나아가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이동근 기자 foto@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하고 금융도 쇼핑하듯 이용하자 = “정보 격차가 가장 심한 분야는 금융이라고 생각합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렵고 불친절한 금융 서비스를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대표가 금융정보 서비스 앱 ‘핀다’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운명적인 선택이었다.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을 찾았던 그는 창구에 앉자마자 머리가 백지 상태가 됐다. 당시 이렇다 할 수입이 없던 그에게 은행은 높고 두꺼운 벽처럼 다가왔다. 게다가 금융 지식이 없던 그는 은행원의 설명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심지어 어떤 금융 서비스가 필요한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는 “필요성을 느끼면 주위에 확인하는 걸 습관적으로 한다”며 “나만 필요한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느낀다면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마침 주위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능적으로 창업을 떠올렸다. 그는 곧바로 팀을 꾸리고 2015년 10월 금융 정보를 서비스하는 ‘핀다’를 설립한다.

핀다는 판매자와 구매자, 공급자와 수요자 간 금융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탄생했다. 금융 서비스도 쇼핑몰에서 옷을 구매하듯 구매자가 1분 안에 원하는 상품의 정보를 얻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창업의 바탕이 됐다.

핀다는 국내 260여 개 금융기관의 7000여 개 금융상품 정보를 수집, 사용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준화해 제공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뿐 아니라 제휴 금융기관의 API를 통해 상품 정보를 직접 전달받는다. 제휴사는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카드, 우리카드,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케이뱅크 등 금융사와 렌딧, 어니스트펀드 등 핀테크사 31곳이다.

이를 통해 주택담보·신용·자동차·P2P 등 대출, 예·적금과 P2P투자 및 펀드 등 투자, 신용·체크카드, 보험상품 등 카테고리별로 상품 비교를 통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해준다. 월 방문자 수는 30만 명을 기록 중이며, 지난해 4분기부터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대화형 상담이 가능한 챗봇 기능을 도입했다. 챗봇에 들어가는 상품 추천 알고리즘과 대화 로직은 6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친 순수 자체 기술이다.

이 대표는 “이달 정식 모바일 앱 출시에 앞서 오픈베타 버전을 내놨다. 현재 신용정보사와 기밀유지협약(NDA)을 검토 중으로 조만간 정식 앱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개인의 데이터를 토대로 맞춤형 금융서비스, 궁극적으로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 = 이 대표는 2007년 STX에 입사해 해외영업을 담당했는데, 금액이 큰 대기업의 글로벌 사업인 만큼 호흡이 길었다. 일은 재미있고 배울 것도 많았지만 업무가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그는 5년차가 되던 2011년 고민 끝에 회사를 나와 창업 시장에 뛰어든다. 자신의 의사 결정이 곧바로 회사 경영에 반영되고 현실화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한 도전이었다.

잘나가던 대기업을 때려치우려니 주위의 만류도 많았다. 성공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이 대표는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 악조건을 골라 창업해 보고 싶었다”며 “대기업에서는 항상 선택하는 입장에서 영업에 취약했고, 이 부분을 가장 어렵게 느꼈던 터라 발품을 팔고 영업하는 업종으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자본금이 넉넉지 않았던 그는 ‘로켓인터넷(Rocket Internet)’이라는 독일의 벤처 투자 및 육성 회사의 투자, 인큐베이팅을 받아 ‘글로시박스’라는 화장품 정기 배송 스타트업을 창업한다. 미국의 ‘버치박스(Birch Box)’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국내 최초 화장품 정기 배송 업체다. 창업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고 스타트업으로선 꿈 같은 일인 해외 진출도 이뤄냈다.

이후 유아용품·유기농 식재료 정기 배송 서비스 ‘베베앤코’를 창업했다. 화장품에서 유기농 식재료로 내용을 바꾼 것이다. 이 대표는 “태풍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식재료 수급이 어려웠고, 무엇보다 당시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을 때라 사업을 성장시키기 어려워 결국 접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세 번째 사업을 구상하던 중 미국 뉴욕의 워크스마트랩스라는 건강관리 관련 앱 개발회사를 알게 된다. 이 팀과 협업을 결정하고 건강관리 앱 회사 ‘눔’을 만든다. 뉴욕에 본사를 둔 눔에서 그는 한국 법인 대표를 맡는다. 사업 1년 만에 137만 명의 회원 유치에 성공, 건강관리 앱계의 ‘우버’로 불리면서 화려하게 재기한다.

4차례의 창업을 통해 이 대표는 본인만의 경영 철학을 구축했다. 그는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사업을 시작할 때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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