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상화폐거래소가 도박사이트와 다른점

입력 2018-02-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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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산업1부장

한때 2500만 원 이상으로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이 3분의 1 토막이 된 후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소강상태에 가깝다.

최근의 가격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와 해킹 사건 때문에 요동쳤다. 가격 결정에서 본질적인 요소보다 외적인 요소가 더 큰 영향을 준 것이다.

가상계좌의 실명 전환을 골자로 한 한국 금융당국의 규제는 전체 비트코인 시장의 투자심리를 냉각했다. 특히 사고 싶어도 손쉽게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한국 비트코인 가격만 높은 소위 ‘김치프리미엄’이 대부분 사라졌다. 비실명 가상계좌 발급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기본적인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위였다. 이에 동조한 은행도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가상계좌란 기본적으로 집금(集金 )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 서비스이다. 하나의 모(母)계좌를 두고, 그 밑에 여러 개의 계좌를 만드는 구조다.

예를 들어, 정부가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을 받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만약 정부가 하나의 모계좌에서만 전 국민의 범칙금을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누가 미납했는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모계좌 밑에 가상계좌를 발급해 집금의 편의성을 높여준 것이다. 많은 편지를 하나의 서랍에 보관하면 나중에 구별하기 힘드니까 서랍 안에 칸을 만들어 보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칸이 많아진다고 서랍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시스템에서 은행은 하나의 모계좌만 관리한다. 당행이 아니면 수많은 가상계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은행은 모른다. 종속 계좌에서 소위 말하는 자금 세탁 등의 불법이 일어나도 바로 알 수 없다. 모든 거래의 기록 책임은 가상계좌를 발급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있다. 그래서 가상계좌 발급은 실명 확인 절차가 필수적인 것이다.

정부는 이미 실명이 확인된 주체다. 범칙금을 내는 사람도 운전면허증, 차량등록증 등의 방식으로 앞서 실명이 확인된 주체다. 이런 구조에서만 가상계좌를 발급해야 하는데, 가상화폐 거래소는 실명 확인 절차 없이 가상계좌를 발급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소위 ‘대포통장’이 횡행했던 것은 이런 이유다. 시스템 미비는 외국인, 특히 본국에서 거래가 막힌 중국인들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시장 과열과 왜곡으로 이어졌고, 결국 투자자만 피해를 보게 됐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정부 규제를 받기 전에 먼저 이런 문제점을 개선했어야 했다. 투자자에 대한 실명확인 절차는 금융중개업을 영위하는 주체의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상화폐 거래소가 도박사이트와 다른 점은 단연코 투자자 보호에 있다. 김치프리미엄이 50%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어떤 거래소도 투자자에게 위험을 알리지 않았다. 시장이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었음에도 거래를 중단시키지도 않았다.

증권 거래소는 주식이나 선물 가격이 일정 범위 이상으로 급등락할 때 거래가 일시적으로 멈추는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다. 반면 가상화폐 시장에서 거래가 중단되는 때는 오직 주문 폭주로 서버가 다운될 때뿐인 게 현실이다. 투자자 보호 장치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얘기다.

일부 해외 거래소가 아예 현금 입금을 받지 않는 것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으로 다른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은행 계좌는 필요 없다. 비트코인을 보관하는 전자지갑만 있으면 된다.

원래 가상화폐 거래소는 P2P(개인간거래)에서 출발했다. 채굴자와 매수자를 일대일로 연결하는 중개인의 역할이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도박사이트가 아니라면 증권 거래소와 같은 수준의 투자자 보호 장치를 도입하거나, 아니면 이렇게 금융 거래가 배제된 단순한 P2P 업체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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