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칼럼] ‘창조적 독점’을 許하라

입력 2018-03-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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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질서의 구축과 유지를 저해하는 것 중 하나로 흔히 독과점이 꼽힌다. 시장이 요구하는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이 하나이거나 아주 소수인 상황을 의미하며, 마땅한 대체재가 없거나 시장 진입도 쉽지 않아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 관계가 형성됨으로써 여러 병폐를 만들어 내는 상황을 말한다.

그러나 기존 시장과 달리 벤처에서의 독과점은 좀 다르다. 처음 시작하는 벤처에 무슨 독점이냐 하겠지만 급성장을 이윤으로 전환시키려면 독점 상황, 특히 초기 독점 상황은 벤처가 추구해야 할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다.

벤처의 독점 상황은 흔히 산업구조, 정경유착, 초기 자본금, 규모의 경제 등이 만들어 내는 기존 독점 상황과 다르다. 벤처가 제시하는 새로운 요구 충족 방법이 월등히 편리하거나, 기존 솔루션보다 훨씬 싸거나, 초기 확장 성공을 통해 유저망(user network)을 구축한 것인데, 이를 종종 ‘창조적 독점’이라고 한다.

벤처가 ‘창조적 독점’ 상황을 만들어 내려면 기존 기업이 기존 산업군에서 경쟁하는 것과 접근 방법이 달라야 한다. 창조적 독점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대중의 요구를 통해 기존 시장 경계의 끝자락에서 밀고 팽창할 때 일궈낼 가능성이 크다. 남들이 경쟁하지 않거나 흘린 독특한 문제(unique problem)를 집중적으로 풀어내는 접근 방법이 중요하다.

어떤 요구를 만족시키든 ‘창조적 독점’은 작은 규모의 시장을 겨냥해 진행할 때 가능성이 커진다. 많은 사람들이 그럭저럭 괜찮다고 하는 새 상품보다 소수의 사람들이 좋아 미치는 서비스나 상품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성된 마니아들과 그들의 절대적 선택, 다른 대체재로 이동할 경우 심리적 사회적 손실이 커 꺼리는 소수의 소비자들을 통해 독점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소수의 사람들이 ‘헤비 유저(heavy user)’군이면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헤비 유저란 전체 유저의 약 10% 내에서 특정 서비스나 상품을 남들보다 특히 자주, 그리고 많이(시간, 용량, 금전 등) 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시장을 선도하는 것과 대체 선택 옵션에 대해 명백히 알고 있고, 여러 가지 가능한 기능 옵션을 잘 구별하며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지 아이디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또 가치 창출은 물론 피봇의 방향성을 찾아내는 데 아주 중요한 제보자가 될 수 있다. 이들이 만족할 만한 솔루션을 제시하면 월등히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헤비 유저에게 ‘창조적 독점’을 일궈낸 후, 이들이 받아들인 상품의 차별화를 살리면서 조금 성능을 줄이고 싸게 만들어 대중에게 내보내는 것이 처음부터 고만고만한 상품을 싸게 내보내 대중에 접근하는 전략보다 훨씬 성공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헤비 유저는 벤처들이 많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마케팅 부분을 구전(口傳) 추천(words-of-mouth)을 통해 대체할 수 있게 한다. 헤비 유저군에서의 독점은 그 벤처의 궁극적 성장의 키(key)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소비자들은 헤비 유저의 추천을 소위 전문가의 추천보다 더 신뢰하는 경우가 있다. 동질감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써보고 추천할 때 대중의 믿음이 크다. 이런 소비자군에서 만들어낸 창조적 독점 상황은 초기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벤처가 긍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이윤을 만들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화력과 보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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