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파리협약에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BAU(Business as Usual : 다른 모든 조건이 현재의 상태로 지속될 경우 예상되는 배출량) 대비 37%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무역의존도가 100%에 달하고 있고 개방된 통상 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이 약속의 이행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내야 할 의무이다. 비록 지난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하였으나, 이러한 국제적 약속의 위반에 대해 미국의 국내외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을 뿐만 아니라 협약에 참여한 195개국 어디에서도 미국의 탈퇴를 이어받아 자국의 탈퇴를 거론하는 나라가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약속한 대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우리가 약속한 BAU 대비 37%는 절대량으로는 3억 톤이 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목표치이다. 정부, 가정과 기업 그리고 전환부문(전기 생산자) 등 모든 경제주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기업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생산을 줄일 수는 없으므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적은 에너지로 많은 생산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구조 전반으로 확대하면 현재의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지식기반형 서비스 산업구조로 전환시켜 에너지 소비를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이 시급히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가정과 상업 부문의 경우 에너지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 국민들의 생활이 불편해지고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게 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정치적 환경을 고려할 때 이 부문에서의 감축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수요를 줄이기 위한 시장경제적 방식은 가격의 인상인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이해와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전환부문에서의 감축은 전기 수요 관리와 전원 믹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수요 관리를 위해서는 전기 사용을 줄여야 하는데 전기요금을 세금의 하나로 오해하여 전기세라는 표현이 널리 통용되는 우리의 여건에서 쉽지 않은 과제이다. 가격 기능 없이 효율 향상이나 절약 캠페인 등만으로 수요를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원 믹스의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는다면 해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전력원은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그리고 신재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에너지는 석탄이며 천연가스는 석탄의 절반 수준, 원자력과 신재생은 거의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이다.
천연가스는 높은 가격에 따른 경제성과 수입 의존에 따른 공급 안정성의 어려움이 있다. 원자력은 안전 문제에 대한 불안감과 방사성 폐기물 관리 문제로 거부감이 있다. 신재생은 공급 능력 부족과 간헐적 전기 생산으로 인한 계통 안정의 문제가 있다. 어떤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할지에 대한 합의만 이끌어낼 수 있으면 전원 믹스의 문제는 최우선 순위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적의 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면서 국민들의 편리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전원 믹스를 찾을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이루어야 할 목표를 찾아내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을 세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 문제는 세계인의 일원으로서의 책무, 국제사회에 약속한 의무의 이행,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 해결의 시급성 등을 고려할 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인식을 같이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