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개헌에 성평등도 담자

입력 2018-03-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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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 정치팀장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는 1980년 전두환 대통령의 간선제 5공화국 헌법 개정안 발의 이후 38년 만이다.

현재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어찌 됐든 30년 전 국가의 책임과 역할, 국민의 권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 만큼 이번 개헌은 환영할 만하다.

문 대통령이 정치권의 반대에도 대통령 개헌안을 강행한 것은 국회에서 빨리 협의해 국회 개헌안을 내놓으라는 압박 수단으로 사용한 것 같다. 현실적으로 여소야대 상황과 야당의 강한 반발로 이번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제라도 국회는 정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국회 개헌안을 내놓아야 한다.

현재 개헌 과정에서 여러 주체가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개헌안에 모든 주체의 생각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여성계에서 주장하는 성평등 가치를 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 사회는 그동안 남성문화에 젖어 여성을 억압하거나 차별해 왔다는 것이다. 인구의 반은 여성이지만, 실제 사회 진출이 남성 위주로 돼 온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최근 사회 전반에 일고 있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에서 드러난 사건들을 보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 자신부터 남성 문화에 젖어 알게 모르게 여성을 차별해 온 것은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미투 운동이 단순히 성추행이나 성폭력 근절 운동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성차별의 구조적인 사회문제를 끄집어내 개선하는 운동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얼마 전 대학원 수업에서 DNA 이중나선 구조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영국 여성 과학자인 로절린드 프랭클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DNA 이중나선 구조를 최초로 밝힌 과학자는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으로 배워왔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 이들은 1962년 ‘DNA 이중나선 구조’로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공동 수상했고, 특히 왓슨은 자서전 성격의 책 ‘이중나선’을 출간해 세상에 DNA의 구조를 알린 바 있다.

하지만 왓슨과 크릭은 프랭클린이 최초로 찍었던 DNA 이중나선 구조를 보여주는 X선 사진 ‘포토그래프(Photograph) 51’을 몰래 도용했을 뿐만 아니라, 프랭클린은 결정적으로 DNA 이중나선 구조를 풀어낸 ‘MRC보고서’까지 도용해 자신의 연구 업적으로 삼았다. 이 같은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었던 것은 과학계의 지독한 여성 차별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랭클린은 과학계의 성차별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만의 연구를 했지만, 연구 업적까지 도둑맞은 비운의 여성 과학자로 알려지면서 현재 왓슨과 크릭의 부도덕한 연구결과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에도 일부 남성 과학자들은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 구조 연구에 대해 여러 연구자의 업적을 종합해 완벽한 모델을 제시했다고 미화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프랭클린이 남성 과학자였다면 왓슨과 크릭은 과학계에서 매장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대부분의 과학자는 보고 있다. 여전히 과학계에서는 성차별이 존재하고 있으며, 남성 과학자들 간의 끼리끼리 문화가 존재해 여성 과학자가 그 틈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여성 차별 문화는 과학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관행(慣行)이란 말로 미화하며 뿌리 깊게 암세포처럼 존재하고 있다. 왜 여성계가 “미투에 성평등 개헌으로 응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지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여성 차별은 오랜 시간 교육으로 뿌리 깊게 모든 사람에게 자리 잡고 있어서 단순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제도적으로, 교육적으로 의식 교육을 다시 하지 않는 한 성차별은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

여성계가 이번 개헌에 성평등의 가치와 원칙이 담겨야 한다고 줄곧 주장하는 바를 국회는 꼭 눈여겨봐야 한다. 헌법에 담기 어렵다면 이제라도 법률 개정에 국회가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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