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수출 잘돼도…내수 나쁜 까닭은

입력 2018-04-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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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지난해 한국 경제는 수출과 투자 증가에 힘입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3%의 성장을 달성했다. 하지만 민간소비 증가율은 2.6%에 머물렀다. 더 큰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이 같은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연 평균 3.1%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민간 소비는 2.3% 늘어났을 뿐이다.

가장 큰 원인은 경제가 좋아져도 고용이 늘지 않는 데에 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취업자는 연평균 1.8% 늘어났지만, 2009년 이후에는 연평균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행히 임금 근로자, 그중에서도 상용근로자의 취업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연평균 4.5%, 이후에도 연평균 4.4% 각각 늘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은 수출 및 투자 증가를 고용으로 연결했던 셈이다.

고용 증가율이 둔화한 배경은 자영업 위축에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자영업 고용이 연 0.6% 늘었지만, 위기 이후에는 연 0.6%씩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0년 전체 고용의 27.8%를 차지하던 자영업 부문의 비중이 2017년에는 21.3%로 떨어졌다.

자영업 고용이 줄어든 이유는 매출 부진 때문이다.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의 생산은 각각 1.9% 감소와 0.7% 증가에 그쳤다. 두 업종의 사업체 수가 2016년 각각 2.6%와 0.4%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사업체당 매출은 더욱 나빴을 것이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관광산업 위축을 들 수 있다. 2016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700만 명을 넘어섰지만, 2017년에는 130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2016년 중국인 관광객은 807만 명에서 2017년 417만 명으로 급감했다. ‘사드 보복’ 때문이다.

그러나 자영업 침체의 배경에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자료를 살펴보면 자영업 침체의 구조적 원인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바로 한국인의 해외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해외소비란, 한국의 각 가정이 해외여행과 유학·연수에 사용한 지출을 의미한다. 해외 소비는 2016년 28조 원을 기록했고, 2017년(1~3분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9.5% 늘어났다. 참고로 2017년 민간소비는 단 2.6% 늘어났을 뿐이다. 그 결과 전체 가계소비에서 해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2.0% 수준에서 2017년 4.4%까지 높아졌다.

해외 소비가 가파르게 상승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소득 증가다. 2017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9745달러까지 늘어나는 등 경제성장이 지속하면서 해외여행과 유학 수요가 증가했다. 저가항공사의 도약도 해외 소비를 자극했다. 2010년 단 3%의 승객이 저가항공사를 이용했지만, 2017년에는 38%까지 비중이 늘어났다. 저가항공사들이 공격적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해외여행은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당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017년 겪은 ‘사드 보복’ 같은 일이 다시 빚어지지 않도록 외교 안보 역량을 강화하고, 정세 변화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해외여행 및 해외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면 상대적으로 내수경기의 그늘이 더욱 짙어질 것이다. 결국, 정책의 초점은 ‘해외 소비’ 비중의 급격한 증가를 막는 데 맞춰져야 한다.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을 하고 또 국경을 개방하는 데 앞장선 우리 경제의 과거를 감안할 때 1988년 서울올림픽 이전처럼 해외여행을 통제하는 것은 큰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하나뿐이다. 한국의 내수기업들이 해외여행보다 더 큰 편익을 고객들에게 주는 것이다.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시설을 정비하고, 더 나아가 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게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날이 높아지는 한국 소비자, 특히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고소득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않는다면, 내수경기는 만성적 부진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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