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경제 왈가왈부] 3% 근접한 미국채·남북정상회담, 원화채권 대세상승?

입력 2018-04-24 08:05 수정 2018-04-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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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채 10년물 금리가 3%대에 근접하고 남북정상회담이 이번주로 다가오면서 원화 채권시장은 불안감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트라우마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인데다 한반도에 부는 봄바람이 위험자산선호 현상으로 이어질 경우 채권시장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다만 원화채권시장에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대세상승세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우선 최근 미국채 금리 상승의 원인이 된 국제유가 오름세가 추세적일 가능성이 낮은데다, 한반도 봄바람이 꼭 채권시장에 악재만은 아닐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미국 연준(Fed)의 인상과 다를 가능성이 높은 것도 원인이 되겠다.

(체크)
(체크)
◇ 유가상승에 미국채 10년물 금리 3%대 근접 = 20일(현지시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9606%까지 치솟았다. 이는 2월21일 기록한 연고점 2.9491%를 상향 돌파한 것으로 2014년 1월9일 기록한 2.9664% 이후 4년3개월만에 최고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2.4615%까지 올라 2008년 8월13일 2.4788% 이후 9년8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최근 미국채 금리 상승은 국제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미 연준 금리인상 가속 우려에 기인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 최근 국제유가는 7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20일 현재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67.8달러를 기록 중이다. 두바이유는 70.97달러, 브랜트유는 74.06달러로 각각 2014년 11월 이후 3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글로벌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측 요인 외에도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따른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재연장 추진 가능성,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 미 셰일생산 원가 상승, 베네수엘라 생산 불확실성 등 공급측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12일 이란과의 핵합의 사안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을 탈퇴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6월 OPEC 정례회의, 휴가철에 따른 드라이빙시즌(driving season) 시작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같은 국제유가 흐름은 물가상승 우려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연내 네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17일 존 C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가 “탄탄한 고용 시장이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며 올해 미 경제가 평균 2.5% 내외 성장할 것”이라며 “이런 경기 상황은 연준이 올해 계획한 3~4차례 금리인상 경로를 지지한다”고 발언하는 등 최근 연준 위원들의 언급도 이같은 분위기에 힘을 보태고 있는 중이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반영된 올해 네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은 4월 초순 28~30% 수준에서 최근 45% 수준까지 상승했다. 또 최근 미국채 2년물 금리가 크게 오른 것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채 10년-2년 금리차는 18일 43.86bp(1bp=0.01%포인트)까지 좁혀지며 2007년 9월17일 38.92bp 이후 10년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통상 장단기 금리차 축소 즉, 수익률곡선 평탄화는 경기둔화를 의미한다. 다만 최근 미국채 수익률곡선 평탄화는 경기둔화보다는 연준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이번 일드커브(수익률곡선) 평탄화를 경기 둔화의 사전적신호로 볼 수 없다면 향후 미국 일드커브 평탄화 정도 역시 약해질 여지가 크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체크)
(체크)
◇ 관건은 유가전망, 한은도 상방리스크 인정 = 이달초 올해 원유도입단가를 59달러에서 62달러로 상향조정(상반기 64달러, 하반기 60달러)했던 한국은행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의 원유도입단가는 중동산 원유 80%에 여타 원유 20%를 더해 운임보험료를 포함한 가격(CIF)으로 기간 평균해 산출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 실적치가 전망 당시보다 상승하면서 전망치에 상방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수정경제전망을 내놓은지 불과 10여일 정도 지난데다 불확실성이 커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존 수급여건상 공급우위로 봤다. 1월말 높아졌던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봤는데 최근 상황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불거지면서 변동성이 커졌다”며 “당장 전망경로를 바꿀 순 없겠지만 전망경로를 바꿔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일단 상향 리스크는 커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세계경기 호조로 원유수요가 견조한 상황에서 앞서 언급한 미국의 JCPOA 탈퇴, OPEC 감산연장 합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대두될 경우 유가는 공포 프리미엄 상승으로 오버슈팅할 가능성도 있다는게 주요 투자은행(IB)들의 관측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4월들어 주요 IB들도 올해 유가 전망치를 큰 폭으로 상향조정했다. 씨티가 기존 배럴당 50달러에서 61달러(WTI, 기간평균 기준)로, 바클레이즈가 55달러에서 58달러로, 크레디트 스위스가 56달러에서 66달러로, BOA메릴린치가 52달러에서 60달러로, UBS가 52달러에서 59.5달러로 올렸다. JP모간만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80달러까지 상승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기관 전망도 비슷하다. KB증권은 올해 국제유가 상단을 75달러로 예상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유가를 배럴당 55달러에서 70달러 구간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봤다. 60달러 이상으로 부양하고자 하는 전통적인 산유국 의지와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유가에 따른 생산시점을 저울질하는 미국 셰일업체의 생산행태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어쨌든 IB들의 전망은 70달러대에 와 있는 국제유가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또 올들어 20일 현재 두바이유 기준 평균 가격은 64.6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유가가 급등해서 그렇지 평균가격 기준으로는 한은의 올 상반기 전망치 64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현 수준에서 추세적으로 더 오를지는 지켜볼 일이다. 미국의 시리아 타격이 일회성으로 끝나면서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것도 일단 한숨 돌릴 요인이다.

(한국은행, 통계청)
(한국은행, 통계청)
◇ 여전히 낮은 물가…한은 올 금리인상 4분기 한번 그칠 듯 = 한은은 낮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금리인상을 주저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 이달초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1%포인트 낮췄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는 1.8%에서 1.6%로 2%포인트 내렸다.

한은은 올 1분기(1~3월) 실적치가 낮아 전망치를 낮췄다는 입장이다. 실제 올 1분기 소비자물가는 1.3% 상승에 그쳤다. 이는 한은의 올 상반기 물가 목표치 1.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최근 유가 상승은 물가상승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가의 추세적 상승이 아니라면 올해 물가를 0.1%포인트에서 최대 0.2%포인트 끌어올리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14년 12월 “유가 평균 도입단가가 10% 떨어질 때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 낮춘다”고 밝힌바 있다. 당시 국제유가 평균은 100달러 수준이었다. 이를 현 상황에 단순대입해 올 평균 국제유가를 전망치 대비 10% 정도 높은 70달러 수준으로 예상한다면 한은의 올 소비자물가 전망치 1.6%를 최대 1.8% 수준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한은의 예상처럼 원화강세(원·달러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 가능성과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에 따른 국제유가 약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이번주 남북정상회담과 5월말 내지 6월초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결과를 예단키 어렵지만 대부분의 외환전문가들은 원화강세 재료로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에 한달가량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생산자물가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실제 3월 생산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4%(전월대비 보합) 수준에 그쳤다.

한미금리차 역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차익거래유인은 되레 늘고 있다. 실제 3월 외국인 자금은 11억3000만 달러 유입(한은 기준)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역전도 일정수준까지는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 이주열 총재가 3월 인사청문회에서 100bp 수준은 부담스럽다고 언급한 바 있다는 점에서 그 직전 수준인 50~75bp 수준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올 하반기, 특히 4분기 중 한은이 금리인상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느린 금리인상은 역시 채권시장에 호재다.

이밖에도 현재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김동연 부총리는 무디스 등 3대 신용평가사와의 면담에서 남북관계 변화 등 우리 경제의 긍정적 요소들을 들어 국가신용등급에 충분히 반영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유수 투자자들이 대부분 포트폴리오 투자에 나선다는 점에서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은 곧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 비중 확대와 연결될 수 있다. 최근의 한반도 봄바람이 채권시장에 우호적일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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