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블록체인 ‘공동인증’ 시범사업 실시...각종 규제에 발목 우려

입력 2018-04-24 10:47 수정 2018-04-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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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블록체인 기반의 '공동인증' 시스템 상용화를 앞두고 각종 규제로 인해 소비자 체감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존 공인인증서보다 편의성과 보안성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분산 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공동인증’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8개 은행이 참여 중인 ‘은행권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27일부터 3주간 ‘공동인증’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신한, 국민, 하나, 기업, 부산, 전북은행 임직원은 은행 간 연결된 블록체인망을 통해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한다.

 

블록체인 공동인증 시스템이 구축되면 거래내역이 네트워크에 분산저장돼 서버유지 비용이 적게 들고 거래내역을 위·변조하거나 해킹 위험이 확연히 줄어들게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복잡한 인증 등록절차가 간소화되고 유효기간이 3년으로 확대되면서 인증서 갱신에 따른 불편도 줄었다. 간편로그인 수단도 제공된다.

 

은행들은 7월 대고객 상용서비스 실시를 앞두고 있지만 이용자가 느끼는 체감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간 ‘공동인증’이 주로 쓰이는 이체 업무는 기존에도 간편이체 시스템이 도입돼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로운 제도 하에서는 공동인증을 위한 어플을 새로 깔아야 해 번거로워졌다.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 카카오뱅크를 이용할 때 정도의 편리한 수준으로 올라가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 간 공동인증 도입 후에도 각종 규제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분산 원장 기술이라는 블록체인의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높다. 개인정보보호법 15조와 17조에 따르면 은행들은 제3자 이용 동의를 받으면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제공이 가능하다. 공동인증 방식이 도입되면 인증서 발급절차와 타행 이용절차는 간소화되지만 각 은행별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절차는 변한 게 없는 것이다.

 

은행 핀테크 담당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반의 비트코인 거래시 익명으로 참여해 노드를 공유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라며 "현행 규제를 우회해 적용하다보니 고객에겐 여전히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치게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시스템상에 저장된 개인신용 정보 파기 여부도 문제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의 2에 따르면 개인신용정보는 상거래 종료 후 최장 5년간 보유 가능하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거래정보를 블록 단위로 분산해 위변조를 막는 것이 특징인만큼 한 번 기록된 정보는 사실상 삭제가 불가능하다.

 

앞선 은행 관계자는 “매 시점 블록 처리된 신용정보가 시시각각 쌓이는데 방대한 데이터 중 해당 기록을 골라내 매번 파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블록체인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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