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젖꼭지 보여주기

입력 2018-06-1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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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자본시장부 기자

“히유. 넴. 알겠어용.” 카톡체도, 문어체도 아니다. 구어체다. 이런 표현을 ‘직접’ 들은 경험이 적어서 익숙해지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말투는 직장 생활에서 적절하지 않아”라고 얘기했다가는 ‘꼰대’ 소리 듣는 건 뻔하다. 그냥 ‘내가 익숙해져야지’라며 일종의 자기 단속을 하는 게 최선이랄까. 그럼에도 불편함이 남아 있어 누군가에게 얘기했더니 “그런 표현이라도 듣는 게 복이야(그들이 널 상대해 주는 것을 다행으로 알아)”라는 핀잔이 돌아왔다.

지난 2주간 오스트리아, 체코 등 유럽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상의를 벗자 경찰이 이불을 덮어 씌웠다던데, 유럽에서는 코르셋을 벗은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거리를 활보했다. 토플리스(topless) 운동, 괜히 영어로 ‘니플(nipple)’이라고 부르거나 ‘가슴’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곤 했는데, 이제 여성들은 ‘찌찌’에 눈을 그린 채 광장에 나와 있었다.

‘젖꼭지’란 단어를 뭐 그리 금기시했는지, 과거의 내가 우스워졌다. 유럽에서도 다수의 여성들이 더운 여름에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다니는 것은 얼마나 처절한 투쟁이 쌓아 올린 결과였을까. 상의에 드러난 젖꼭지를 보면서 성적 감성은 ‘빵’, 한국과의 이질감과 슬픔이 ‘백’이었다.

벗은 것과 벗긴 것은 차이가 크다. 남성의 관음증과 성적인 편견을 충족해 줘야 벗은 것으로 인정하는 사회인데, 여성들이 스스로 자유로워지고자 하니 음란하다고 손가락질하고 보기 불편하다며 이불을 덮어 씌운다. 그냥 젖꼭지 보여주는 게 왜 이리 힘들까. 신체의 일부인 그게 뭐 그리 대수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그곳에 입을 맞추는 것이, 그때에만 성이란 것을 인정하는 게 왜 이리 힘들까.

젊게 늙는 것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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