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헌의 왁자地껄] 건설업계와 주52시간

입력 2018-06-18 10:00 수정 2018-06-1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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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차장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좋지만 지금 진행되는 현장의 공사기간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대형건설사 현장 관리자)

오는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의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단축된다. 일부 대형건설사들은 이달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지만 벌써부터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혼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이미 조기실시에 돌입해 적용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를 조기에 실시한 GS건설의 기본 근로시간은 본사 기준 주 40시간, 현장 기준 주 48시간이다. 연장근로 시간은 총 근로시간이 1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전 신청 및 승인을 통해 유동적으로 이뤄진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GS건설의 본사는 오후 5시30분이 되면 PC가 꺼진다.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회사 인근 카페로 이동해 남은 업무를 처리하는 등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다.

그나마 GS건설은 선도적인 시행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형건설사들은 아직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실제 적용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건설사들의 경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많게는 수십개의 현장을 운용하고 있어 현장별, 국가별, 공정별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적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결국 공사기간과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에게 공사기간은 결국 수익성과 연관이 된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발주처에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때문에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업계는 이 제도의 일부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자 수에 따라 단축 적용 시기를 달리하는 현행 개정안을 바꿔 건설업의 경우 총 공사 계약금액을 바탕으로 별도의 상시 근로자 수를 산정해달라는 것이다.

‘300인 이상 원도급, 100인 이상 하도급 업체’처럼 서로 다른 규모의 건설사가 협업하는 사례가 대다수여서 근로시간이 긴 업체를 기준으로 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유다.

또 이미 계약이 체결된 경우 인력 부족으로 공사 기간이 지연될 수 있는 만큼 소급적용하지 말고 향후 입찰 공고하는 공사부터 적용해 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해외사업장 예외 인정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건설노조는 총 공사 계약금액을 바탕으로 한 별도 산정기준 마련 방안을 제외하곤 강경하게 반대한다. 건설 노조 등은 건설업계가 지나치게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양쪽 모두 일견 타당한 부분들을 내놓고 있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은 중소건설사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원청인 대형건설사가 쉬는데 하청인 중소건설사만 일할 수도 없고 관리감독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에도 불구하고 일과 휴식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건설 현장의 경우 다양한 규모와 직종의 근로자들이 한데 얽혀 일하는 만큼 세심한 조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서두르다가 중요한 것을 놓친다면 그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건축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의 공사기간 연장이나 발주처들의 준비가 없이 건설업계만 압박해서는 여러 부작용과 시공물의 부실로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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