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 축구와 보수정치권의 닮은 점

입력 2018-06-2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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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직무대행

한국이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멕시코에 1대 2로 패하자 신태용호와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축구팬들의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아직 독일과의 마지막 예선전이 남아 있지만, 16강 진출 여부를 떠나 전문가들과 축구팬들은 “한국 축구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월드컵의 지상파 방송 축구해설위원을 맡은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로 통하는 박지성 해설위원과 이영표 해설위원도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해설위원은 “오늘의 결과가 지금 대한민국 축구의 현실”이라며 “이제 한국 축구는 ‘보여주기식’에서 벗어나 우리의 인프라와 노력을 점검해 보고, 시스템부터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4년 후에도 이러한 패배는 거듭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해설위원도 “우리는 원인에서 문제를 찾아야 하는데 매번 현상에서 찾는다”며 “월드컵마다 매번 팬들이 즐거워야 하는데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저를 비롯한 축구인들의 책임”이라고 말하며 반성했다. 그러면서 그는 “월드컵이 끝나면 모두가 책임감을 느끼고 본질적인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며 “누구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잘하기 위한 토론이 필요하다. 탁상행정이라면 거절한다. 보여주기식은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이번 한국 대표팀의 패배에 대한 축구팬들의 비난이 뼈아픈 것은 과거와 달리 상당수 팬이 K리그를 비롯한 한국 축구에 대해 관심을 접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축구협회와 축구인들이 이번 결과를 받아들여 통렬한 반성과 개혁을 한다고 해도 다음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에 대해 이미 마음이 떠난 대중을 다시 불러올지 미지수다. 그만큼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한국 축구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한국 축구의 현실이 현재 보수 정치권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 6·13 지방선거 참패로 정통 보수든, 중도 보수든 국민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바른미래당 등 보수 진영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국민의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고 밝히며 자체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회초리도 애정이 있어야 드는 것인데, 회초리마저 들고 싶지 않다는 국민이 많다는 것이다. 보수진영이 뼈를 깎는 혁신을 하지 않는 한 어떠한 개혁도 이미 마음이 떠난 국민을 다시 잡기는 힘들다.

그런데도 현재 자유한국당은 혁신안과 지방선거 책임론을 놓고 계파 갈등 모습을 보이며 내홍에 들어갔다. 한국당 비상지도부는 3선의 안상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쇄신안 추진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친박계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친박과 비박 간 계파 갈등이 불붙으면서 상대 진영 공격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재건비상행동을 구성해 정풍(整風) 대상자 명단을 발표하고 홍준표 전 대표와 김무성·최경환·홍문종·홍문표·안상수 의원의 정계 은퇴,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2020년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이에 대해 초·재선모임은 혁신비대위 구성 준비위 인선에 참여하며 김 권한대행과 안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 주는 모습을 나타냈다. 한국당이 이 같은 내분을 25일 지방선거 참패 후 처음으로 열리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봉합하고, 당 쇄신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이뤄 낼 수 있을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도보수를 주장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바른미래당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보수 정당들이 박지성·이영표 해설위원이 한국 축구를 지적했던 것처럼 ‘보여주기식’이 아닌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 박 해설위원이 충고했던 “근본적인 개혁이 없으면 4년 후도 없다”는 말처럼 보수진영의 환골탈태가 이뤄지지 않으면 2020년 총선에서도 참패가 자명하다. 뼈를 깎는 혁신만이 이번 지방선거 참패가 보수의 구태에 종말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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