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희의 손편지] “블루베리에게 상을 줘야 해”

입력 2018-07-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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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초 시작된 블루베리 수확이 이제 막 끝났다. 예년 같으면 8월 초에도 싱싱하고 탱글탱글한 만생종 블루베리 열매를 땄을 텐데…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하는 이 폭염에 그나마 수확을 끝낸 것이 다행이지 싶기도 하다.

며칠 전 충남 천안에서 배 농장을 하는 친지분께서 “더위에 어찌 지내느냐”고 안부 전화를 하셨다. 다행히 올해도 단골 고객 덕분에 완판(?)을 했노라고 말씀드리니 “그럼 블루베리에게 상을 줘야 한다”고 하신다. 이유를 여쭈니 “걔네들도 사람으로 치면 임신하고 출산한 셈이니 그동안 열매 달고 있느라 수고 많이 했다”며 상을 주라 하신다.

상을 주기 전에 일단은 마무리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비단 블루베리만 그런 건 아닐 테지만, 마무리 작업이 수확 못지않게 정말 간단치가 않다. 우선은 농장을 돌면서 새가 쪼아 먹다 남긴 열매를 걷어내야 한다. 하기야 예로부터 사람들이 즐겨 먹던 건 동물들도 분명 좋아했을 것 같다.

블루베리를 수확하던 첫해엔 경험이 없어 방조망을 치지 않았던 탓에 새들로 인한 피해를 꽤나 입었다. 동네 어르신들께서 블루베리를 배불리 먹은 새들이 보라색 똥을 뿌리고 다닌다고 불평을 쏟아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매해 방조망을 치고 있지만 몸집이 큰 어미 새나 못 들어오지 새끼 새들은 어디로 들어오는지 잽싸게 날아다니며 맛있는 열매만 쪼아댄다. 새들이 쪼아댄 열매는 백발백중 맛이 일품이기에 여간 아까운 게 아니다.

크기가 작아 상품성이 떨어져 남겨두었던 알도 한 알 한 알 따야 한다. 작은 알들은 모아서 즙을 짜기도 하고 잼을 만들기도 하는데, 따는 수고가 여간 많이 드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큰 알보다 작은 알을 딸 때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스트레스도 더욱 많이 받으니 더 비싸게 팔아야 하지 않을까, 어리석은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작은 알을 딸 때면 후회가 밀려오는데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해주고, 꽃눈 아껴두지 말고 충분히 따주고, 잎과 열매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 하건만, 늘 생각 따로 행동 따로인 걸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오래된 가지일수록 열매 크기도 작아지고 맛도 떨어지는 걸 뻔히 알면서도 왠지 아까운 마음에 올 한 해만 더 따먹자고 슬그머니 욕심을 낸다. 과일은 어린 나무일수록 달콤하고 맛난 열매가 달린다는데…

꽃눈만 해도 그렇다. 블루베리는 꽃눈 하나에 여덟 내지 열 송이 꽃이 피고 꽃 한 송이에 열매가 소담스럽게 달리니, 서너 개만 남기면 충분한 것을 열매 욕심에 꽃눈을 대여섯 개씩 남길 때가 많다. 그러고 보면 사소한 것에 괜한 욕심 부리는 사람 마음은 농사를 짓든 다른 일을 하든 크게 다르지 않고, 나이를 먹어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모양이니 부끄럽기만 하다.

장마에 후두둑 떨어진 열매는 세균 번식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니 말끔히 쓸어내야 하고, 무슨 연유인지 누렇게 변해가는 가지들도 눈에 뜨이니 잘라 주어야 한다. 요즘은 크기도 전에 익기 시작하다가 중간에 색깔이 벌게진 열매도 종종 눈에 들어온다. 지독한 폭염에 화상을 입은 건 아닐까 싶다. 사람들도 견디기 어려운 이 여름에 열매를 주렁주렁 소담스럽게 매달고 폭염을 견뎌낸 우리 밭 블루베리에게 어떤 상을 주어야 할까, 행복한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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