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 강물을 건네줄 것이 아니라 다리를 놓아야

입력 2018-09-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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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 BCT 감사

정치란 무엇일까. 정치를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중국의 춘추시대 정(鄭)나라에 자산(子産)이라는 재상(宰相)이 있었다. 어느 해 겨울 자산은 여느 날과 같이 출근을 위해 수레를 타고 개울을 건너려고 했다. 그때 한 아낙이 옷을 걷고 살얼음이 언 차가운 강물을 건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자산은 그 아낙을 자신의 수레에 태워 건네줬다. 건너편에도 강을 건너려는 사람이 있기에 역시 수레에 태워 건네줬다. 이렇게 하루 종일 사람들을 건네주다 보니 정작 자신은 출근을 하지 못했다.

공자(孔子)는 자신보다 한 세대 전의 정치가인 자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산은 군자(君子)의 도(道)를 갖추고 있다. 몸가짐이 공손했고 윗사람을 섬기는 것이 공경스러웠다. 백성들에게 은혜로웠으며 그 부림이 의로웠다.” 이는 자산이 당시 여느 재상과는 달리 백성을 사랑하는 대상으로 보았다는 말이다. 자산의 인물 됨을 묻는 이들에게 공자는 “은혜로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맹자(孟子)의 평은 달랐다. 맹자와 제자 한 사람이 어느 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자산이 수레로 강을 건네준 대목에 이르렀다. 제자가 말했다. “자산이야말로 참으로 어진 분입니다. 일국의 재상이 되어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 말을 들은 맹자가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자산이 어질기는 하다만 그러나 정치는 전혀 모르는 인물이구나.” 이 말에 제자는 “아니 스승님, 자산을 그렇게 평하심은 좀 지나치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잘 들어보게. 만일 자산이 진정 정치를 잘하는 인물이었다면 농한기를 이용해 백성들로 하여금 미리 강에다 다리를 만들었어야 하네. 만일 강에다 다리를 만들었다면 어이 추운 겨울날 아낙네들이 찬물에 발을 담그고 일국의 재상이 출근치 못하는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공자는 어짊(仁)을 말하고 맹자는 의로움(義)을 강조한다. 공자는 개인윤리를 말하고 있고 맹자는 사회도덕으로서의 정치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라고 해서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일에는 선후경중(先後輕重)이 있으니, 선(先)을 앞세우고, 중(重)한 것에 무게를 두어 수혜자를 극대화하는 것이 정치의 요체임을 맹자는 지적하고 있다.

맹자는 이어서 말한다. “11월에 도강(徒杠)이 완성되고 12월에 여량(輿梁)이 만들어지면 백성들이 강을 건너는 것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도강이란 도보로 건너는 널빤지 다리이고, 여량은 수레가 건너다닐 수 있는 큰 규모의 다리이다. 즉, 11월에 우선 임시로 널빤지 다리를 만들고 농사일이 모두 끝난 12월에 백성들을 동원하여 튼튼한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는 정치가인 자산이 개인적으로 베푸는 은혜의 이면에 놓인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했다. “그래, 그것은 은혜로운 일이기는 하지.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백성들에게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아니던가.” 맹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군자가 제대로 된 정치를 한다면 길을 갈 때 행인을 물리치고 가도 무방하다. 어찌 사람 모두 강을 건네줄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군자가 사람마다 기쁘게 해주려면 날마다 그렇게 해도 모자랄 것이다.”

현실로 돌아와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차가운 강을 건네주는 것과 같다면 지나친 억측인가. 최저임금을 한없이 인상할 수는 없다. 급기야 정부가 최저임금 1만 원 목표기한을 연기했다. 그리고 혁신성장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어쨌든 그것은, ‘다리를 놓는’ 것이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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