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7대 어젠다]‘복세편살’·‘이생망’ 아시나요

입력 2018-10-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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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계층 주로 쓰는 신조어 ‘세대간 소통 단절’ 부추겨

#대학교수 김모(58) 씨는 한 학생이 제출한 과제 메일을 보고 한동안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출한 메일에는 과제 파일과 함께 ‘제곧내’라는 세 글자만 적혀 있었기 때문. ‘제목이 곧 내용’라는 조교의 설명에 뜻은 이해했지만, 마음은 쉬 이해가 가지 않았다. 팀 과제를 내자 “교수님 팀피(팀플하면 피 본다) 싫어요”,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모르세요? 보고서로 대체해주세요”라고 조르는 것도 한참 나중에서야 뜻을 알았다.

#대기업 영업팀 부장 이모(52) 씨는 자신에게 잘못 보내진 메신저 쪽지를 해석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쪽지에는 “나일리지(나이와 마일리지를 합친 말)도 정도껏 쌓아야지. 꼰대 이 부장이 우리 팀으로 오다니. 완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씨는 점심시간에 포털사이트에 해당 단어의 뜻을 검색해보고 자지러졌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24시간 모바일로 대화를 나누는 것에 익숙한 시대다. 가정 내에서도 부모와 자식 간 직접 대화보다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간접 대화가 더 빈번하다. 이들은 각자 자기 세대의 언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세대 간 괴리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모바일 설문조사 플랫폼 두잇서베이가 19~59세 성인 남녀 3534명을 대상으로 ‘2017년 신조어 점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6%가 “신조어로 인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신조어를 익혀야겠다는 의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2%가 “신조어를 익힐 의지가 없다”고 답했으며, “신조어를 익힐 의지가 있다”는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성인 남녀들은 신조어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지만, 신조어를 꼭 배워야겠다는 의지는 크지 않은 셈이다.

이처럼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는 신조어가 생겨나는 이유는 문자 소통이 일상화하면서 문자에 음성언어가 가진 생동감을 넣기 위함이다. 특히 1020세대가 사용하는 신조어 대부분은 줄임말이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포맷에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조어는 전 세대에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세대로 사용 계층이 한정된다. 대다수가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조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될 경우 세대 간 소통의 벽이 생긴다.

이정복 대구대 교수는 ‘국어 순화 실천 방안 마련을 위한 학술대회’에서 “태풍처럼 거세게 몰려드는 다양한 외래어와 외국어, 신조어는 세대 간 의사소통을 단절할 정도로 우리말에 대한 현실적 위협이 되는 실정”이라며 “사회적으로 차별하는 언어를 자제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학교 교육에서 언어로 생기는 사회적 문제들을 가르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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