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나를 버려야 하는데 남을 버리는 한국당

입력 2018-11-13 18:11 수정 2018-11-1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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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금 자유한국당은 비대위 체제다. 비대위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약자다. 상황이 비상이어서 비상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위원회라는 의미다. 상황이 비상이라면, 일단 자기보다는 당을 살릴 궁리부터 하는 것이 옳다. 다시 말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뛰어들어야 자유한국당이라는 정당을 그나마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요새 돌아가는 걸 보면 정반대 현상이 난무하는 것 같다. 자신을 버려야 할 시점에 다른 사람을 버리니까 하는 말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조직강화특위 위원을 맡고 있던 전원책 변호사를 해촉했다. 이유가 전 변호사의 월권적 발언이었다고 하지만, 외부에서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이들은 그 ‘원인’보다는 ‘싸우는 현실’을 볼 수밖에 없다. 즉, 김 위원장과 전 변호사의 싸움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일반 국민들은 전 변호사가 무엇을 월권했는지 정확히 알 수도 없고, 또 그 내용에 관심도 없다. 단지 일반 국민들이 기억하는 것은, 전 변호사를 ‘십고초려’해서 모셔왔다는 것을 자랑했던 한국당 지도부가 전권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정도다. 그래서 일반 국민 입장에선 월권이고 뭐고, 그냥 자기들끼리 싸웠다는 정도로밖에 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당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자유한국당에 미련을 가졌던 보수층마저도 돌아설 지경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자기들끼리 ‘뭘 잘못했네’ 하면서 싸우고 있다. 심지어 서로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난리다. 이런 모습은 합리적 보수를 바라는 보수층에 전혀 희망을 줄 수 없다. 합리적 보수라는 단어는 과거 지향적 모습과 책임 소재를 다시 꺼내 제도적 행위에 대한 반기를 드는 듯한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제도와 법치에 대한 존중이 보수의 핵심적 가치라는 말이다.

또한 자유한국당은 현 정권의 적폐청산을 비판하면서, “현 정권은 매일 과거만 말하느냐”고 주장하는데, 정작 자기들이 과거 탄핵 문제로 왈가왈부하고 있다. 더구나 탄핵이라는 제도적 차원의 합법적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는 결국 ‘촛불 혁명’이라는 여권의 주장에 힘을 보태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꺼내 봤자 상처 받는 것은 보수 자신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대통합을 외쳤던 목소리는 립서비스에 불과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를 꺼내려면, 합법적 절차에 의해 진행됐던 탄핵을 거론할 것이 아니라, 지금 진행 중인 재판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기에,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에 힘을 보태는 것이 보수다운 이성적 모습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접근할 경우, 보수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전직 대통령이 두 명이나 동시에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 혹은 재판 과정에 대한 의견 제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자유한국당 내에는 율사 출신 의원이 적지 않다.

보수 대연합이라는 것은 꼭 바른미래당과의 연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오히려 보수적 유권자들을 연대하게 만들면, 정치권에서의 대통합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 역순(逆順)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비상 사태라면 비상시에 나올 수 있는 자기희생을 봤으면 좋겠다. 자기희생은 앞서 언급한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행동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보수의 핵심 가치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을 때, 국민들은 ‘한국당도 이제 정신을 바짝 차렸구나’ 생각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국민들의 눈에는 자살폭탄 테러로 비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을 버리기 전에 자신부터 정리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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