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러일 간의 북방 4개 섬 반환 교섭

입력 2018-1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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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의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쿠릴열도(북방 4개 섬) 문제를 논의했다. 쿠릴열도는 일본의 홋카이도(北海道) 동북 방면에 위치하는 열도이고 그 남쪽에 있는 4개 섬이 현재 러시아 통치하에 있으나 일본이 반환을 요구해 왔다. 1945년 8월 9일 당시 소련이 러일 불가침조약을 깨고 태평양전쟁에 참전하면서 원래 일본인들이 거주한 이 4개 섬을 점령한 경위가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9월 아베 총리에게 전제조건 없이 올해 말까지 일본과 평화조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북방 4개 섬의 귀속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표명했고, 일본 국민에게도 그렇게 설명해 왔다. 그러므로 14일의 러일 정상회담에서 북방 4개 섬 문제뿐만이 아니라 러일 간의 평화조약 체결에 진전이 있을지 주목됐다.

그런 기대 속에서 14일 밤에 열린 러일 정상회담에선 진일보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4개 섬 반환 문제에 있어 4개 섬 중 보다 남쪽에 위치한 하보마이(齒舞), 시코탄(色丹) 등 두 개 섬의 반환을 명기한 1956년의 일본-소련 공동선언에 입각해 평화조약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두 정상이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일본-소련 공동선언이 규정한 평화조약 협상 대상은 어디까지나 북방 4개 섬 전체의 귀속 문제라는 입장”이라고 일본 국민에게 강조하면서 2개 섬 귀속 문제로 러일 간의 영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을 내비쳤다. 아베 총리의 말은 이번 합의가 종전의 일본 정부의 방침과 모순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일본 정부가 방침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스가 관방장관은 “북방 4개 섬의 귀속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 일본과 러시아의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것이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며 이 점에는 변화가 없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결국 먼저 2개 섬을 러시아로부터 돌려받고, 그 후에 에토로후(擇捉)와 구나시리(國後)라는 나머지 2개 섬을 받은 다음, 러일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종래의 방침을 일본 정부가 한결같이 강조하고 있는데 그렇게 쉽게 진전될지는 미지수다.

한 일본 총리 측근은 “4개 섬을 모두 반환해 달라고 러시아에 요구한다면 교섭이 진전되지 않기 때문에 우선 2개 섬 반환 얘기를 꺼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일본 정부는 먼저 2개 섬을 돌려받고 그 후에 구나시리, 에토로후 2개 섬을 포함하여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 등을 모색해 나가면서 러일 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23차례나 러일 정상회담을 가졌고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도 양호하다. 이에 아베 총리는 좋은 관계에 있는 푸틴 대통령 집권기에 일본 전후외교의 총결산으로 일컬어지는 러일 평화조약 체결까지 도달하고 싶은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이번 하보마이와 시코탄 2개 섬의 반환과 관련해서 다양하고 어려운 조건을 일본 정부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푸틴 대통령은 이 두 섬에 미군 기지를 두지 않도록 확약할 것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미일 간의 협의가 필요하게 된다. 그러므로 다음의 러일 정상회담까지 러시아와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포함한 교섭이 계속될 전망이다.

또 두 섬에 대해 합의한 그 다음 날인 15일 푸틴 대통령은 교섭의 토대가 되는 1956년의 소련-일본 공동선언에 관해 언급하면서, “두 섬을 인도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두 섬의 주권에 관해서는 1956년의 소련-일본 공동성명에는 명기되어 있지 않다”고 말해 이들 섬의 주권은 러시아에 계속 귀속하려는 생각임을 내비쳤다. 이런 푸틴 대통령의 언급을 알게 된 아베 총리는 “하나하나의 말에 대해 일일이 발언하는 것은 자제하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자신과 푸틴 대통령 쌍방에 수용 가능한 해결책에 도달하고 싶다고 역설했다.

일본은 지금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 등으로 한국과 심하게 대립하면서 러시아와도 영토 문제 갈등이 끝나지 않고 있다. 1945년부터 이미 70년 이상 경과되었지만 아직 전후 처리가 미흡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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