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함께하는 시간] 나무도, 사람도 가시와 함께 성숙한다

입력 2018-12-04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전정일 신구대 원예디자인과 교수·신구대 식물원 원장

여러분께서는 장미꽃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혹은 덤불숲에 우연히 들어가게 돼 어떤 식물의 가시에 찔려본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식물의 가시는 모양과 크기가 각양각색일 뿐만 아니라 가시가 발달한 과정도 다릅니다.

장미꽃이 피는 장미 나무에는 줄기의 껍질층이 변형되어 만들어진 가시가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가시를 전문용어로는 ‘피침(皮針)’이라고 부르는데 해석하면 ‘껍질 가시’라는 의미가 됩니다. 필자는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이나 형, 누나들을 따라서 이 가시를 가지고 놀곤 했습니다. 장미 가시를 떼서 침을 살짝 묻혀 코끝에 붙이면 아주 쉽게 딱 달라붙고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코뿔소라고 하면서 놀곤 했습니다.

대학생이 돼 식물을 공부하면서부터 그 놀이가 아주 과학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피침은 나무의 껍질층이 변형된 것이기 때문에 잘 떨어지고, 떨어진 면이 매끈하게 되어 쉽게 다른 물체 표면에 잘 붙는 것이지요. 이러한 식물의 특징을 이해시키기 위해 지금도 나무를 가르치면서 가끔 그런 장난을 합니다.

다른 종류의 가시로는 ‘경침(莖針)’이라고 해서 나무의 가지 또는 줄기 자체가 두껍고 억센 가시를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탱자나무 가시가 바로 이런 가시입니다. 또 다른 종류는 ‘아까시나무’ 같은 경우로, 잎 밑에 붙는 턱잎이 변해서 만들어진 ‘탁엽침(托葉針)’입니다.

이렇게 뾰족한 가시를 촘촘하게 달고 있는 나무들은 왜 그런 모습으로 살게 되었을까요. 과학에서는 일반적으로는 나무와 풀에 가시가 있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여러 해를 살아가는 식물들을 관찰해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가시이든 만들어져 얼마 세월이 지나지 않은, 어리거나 젊은 가지에는 억센 가시들이 촘촘히 달려 있는 반면, 세월이 오래 지난 줄기나 가지에서는 붙어 있던 가시가 점차 무뎌지거나 떨어져 없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가시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장치이거나 무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특징은 보호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보호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은 보호할 가치가 없어졌다기보다는, 해를 거듭하면서 이미 내공이 충분히 쌓인 덕에 가시와 같은 장치가 없어도 외부의 시련을 견딜 수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도 뾰족한 가시를 가지고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쉽게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욕을 하고 또는 늘 부정적인 말로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은 가시를 가진 나무와 같이 뭔가 스스로를 보호해야겠다는 본능에서 그런 특성을 가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반대로 이런 분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호해줘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도 나무에서 보듯이 흔히 젊은 시절에는 이렇게 ‘가시’를 가진 성향을 나타내다가도 연륜이 쌓이면서 가시가 무뎌지거나 없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이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가시’가 많습니다. 이런 이들은 여전히 가시가 필요할 정도로 내공이 덜 쌓인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일일까요.

아직 필자는 인생살이를 논하기에는 연륜과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을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얘기를 꺼낸 이유는 어느 날 문득 나무의 가시를 바라보면서, 뾰족한 말과 폭력적인 행동으로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도 가시 돋친 나무처럼 자기 스스로를 더 보호하고 싶은 사람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들 스스로가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내공이 쌓이기를 기다려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니면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서 이들의 가시를 무뎌지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여의도4PM' 구독하고 스타벅스 커피 받자!…유튜브 구독 이벤트
  • “흙먼지에 온 세상이 붉게 변했다”…‘최악의 황사’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이슈크래커]
  • 동성 결혼, 반대하는 이유 1위는? [그래픽뉴스]
  • 도지코인, ‘X 결제 도입’ 기대감에 15.9% 급등 [Bit코인]
  • “청와대 옮기고, 해리포터 스튜디오 유치”…4·10 총선 ‘황당’ 공약들 [이슈크래커]
  • 드디어 ‘8만전자’...“전 아직 96층에 있어요” [이슈크래커]
  • 주중 재벌, 주말 재벌, OTT 재벌…‘드라마 재벌家’, 이재용도 놀랐다 [요즘, 이거]
  • 지하철 파업 때는 ‘대체 인력’ 있지만 버스는 단 한 대도 안 와…왜?
  • 오늘의 상승종목

  • 03.2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0,001,000
    • -0.77%
    • 이더리움
    • 5,047,000
    • -0.88%
    • 비트코인 캐시
    • 886,000
    • +7.92%
    • 리플
    • 896
    • +1.13%
    • 솔라나
    • 264,700
    • +0.8%
    • 에이다
    • 934
    • +1.08%
    • 이오스
    • 1,588
    • +4.96%
    • 트론
    • 172
    • +0%
    • 스텔라루멘
    • 204
    • +3.55%
    • 비트코인에스브이
    • 139,000
    • +4.75%
    • 체인링크
    • 27,050
    • -1.89%
    • 샌드박스
    • 1,011
    • +3.1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