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공항 갑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입력 2018-12-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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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갑질 논란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건의 경과는 단순하다. 민주당 소속의 김정호 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9시께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행 항공기에 탑승하면서 탑승권과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는 공항 직원의 요청을 받았다. 이때 김 의원이 투명한 케이스에 들어있는 신분증을 제시하자 해당 직원은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 달라고 했고, 김 의원은 “지금껏 항상 (케이스에서 꺼내지 않고) 이 상태로 확인을 받았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직원이 재차 요청하자 김 의원은 “책임자가 누구냐, 왜 고객한테 갑질을 하느냐, 매뉴얼을 가져오라”며 언성을 높이며 항의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은 욕설을 했다고 했지만, 당사자인 김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면서 자신은 오히려 공항직원들의 갑질 피해자이며, 다른 고객들을 대신해 갑질에 항의한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론의 관심과 김 의원의 해명은 이 과정에서 욕설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여부에 쏠려 있다.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매뉴얼에 있든 없든, 왜 직원이 신분증을 케이스에서 꺼내 달라고 요구했느냐이다.

‘항공보안 표준절차서’에 따르면 항공경비요원은 신분 확인시 ‘승객이 오면 인사를 한 뒤 탑승권과 신분증을 제출토록 안내하고 두 손으로 탑승권과 신분증을 받고 육안으로 일치 여부를 확인하되 위조 여부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만 보자면 케이스에서 꺼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위조 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꺼내 달라고 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컬러 프린터로 타인의 신분증을 위조해 케이스에 넣은 형태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공항직원이 신분증을 케이스에서 꺼내 달라고 한 중요한 이유는 ‘항공 보안’을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라면 설령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아도 그냥 따르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김 의원은 규정에 없는 요구를 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항공 보안을 위해서는 규정보다 더 철저히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이라고 예외를 인정해서도 안 된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김 의원은 공항 직원의 요구를 따랐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은, 아주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은 몸을 낮추는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만, 다소 억울한 점이 있을지라도 자신이 공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인이 자신의 억울함을 앞세우면 곤란하다. 그만큼 공인은 사회적 책임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논란은 엉뚱한 곳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지금 국회에서는 선거제 개편 논의를 막 시작하는 참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단식을 해가면서까지 논의를 이끌어 낸 사안이다. 그런데 이 사안에서 가장 첨예한 부분이 의원 수를 늘리는 문제다. 이른바 연동형 비례대표를 제대로 실시하려면 이론적으로 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의원 수를 늘리는 데 찬성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이런 상황에서 여당 국회의원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으니, 의원 수를 늘리자고 주장하는 측은 더욱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게 생겼다. 한마디로 민주당 김정호 의원의 갑질 논란은 자신의 이미지에만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때문에 분노한 여론을 쉽게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이나 본인이 사과한다고 여론의 분노가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며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당들은 김 의원을 좋은 눈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은 매우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시행이 더욱 요원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정치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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