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성장속도 빠른 新시장, 준비 없이 덤비면 백전백패”

입력 2019-02-24 18:1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현지 기업과 네트워크 구축을... 지역 정통한 전문가 육성 절실

신남방 지역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중국 등 기존 시장을 대체할 한국 경제의 새로운 탈출구가 되리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막연한 기대로 덤볐다간 신남방 시장이 사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철저한 준비를 해야 신남방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재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기존엔 미국, 중국 등 슈퍼파워 사이에서 성과를 냈지만 이제는 신흥 지역으로 관계망을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한국이 중견 국가 역할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신남방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제 영토를 넓혀가고 외교 관계를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순철 부산외대 인도학과 교수의 생각도 비슷하다. 이 교수는 “한국이 그간 추구해온 통상 전략은 이제 글로벌 경제침체와 미·중 분쟁으로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 등 소수 국가에만 의존했던 통상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인도, 동남아시아는 우리 생각보다 더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신남방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인도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사업 초기 단계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일단 시장에 들어가면 진입장벽이 우리 기업의 성장을 돕는 보호막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다만 이 교수와 이 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현지 진출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남방 시장에 지나친 기대를 거는 것은 경계했다. 이 교수는 ‘네트워크 리스크’를 꼽았다. 사업 성공을 위해 어떤 현지 파트너를 만나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신남방 시장에 덤볐다가는 ‘백전백패(百戰百敗)’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신남방 시장은 결코 아름답기만 한 시장이 아니다. 준비 없이 불쑥 진출했다가는 무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트남 같은 경우 이미 ‘오버캐파(over capacity·과잉 설비)’ 상태다. 기업이 더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 않다”며 “현지 진출에 앞서 시장에 얼마나 여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대외 충격에 취약한 신남방 국가들의 경제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지역은 경제 규모가 작고 미국, 중국 등 선진국 의존도가 높다 보니 다른 나라보다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진국 경기가 안 좋아지고 발주가 적어져 물건을 팔 데가 없어지면 난감한 일 아니겠냐”며 대내적 리스크로 법적·제도적 미비를 꼽았다. 그는 “제도 정비가 완벽하게 돼 있지 않아 제도적 안정성이 다른 선진국보다 부족하다”며 “이 부분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신남방 시장에 안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면 비즈니스 포럼, 미팅 등 (한국 기업인과 현지 관계자가) 서로 자주 만날 필요가 있다”며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산업부가 최근 이런 행사를 자주 마련하긴 하는데 단발성으로 끝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기업에 정확하고 깊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 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남방 시장에 대한 얇고 넓은 지식을 갖춘 제네럴리스트는 한국에도 많지만 현지 사업에 필요한 세부 분야를 깊이 아는 스페셜리스트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숲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충분하다. 이제는 나무를 관리할 때”라고 꼬집었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 사업장과 현지 사업장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현지에서 못 만드는 부품은 보내주고 현지에서 만들 수 있는 제품은 그곳에서 만들어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현지에서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그 빈틈을 메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국가 차원의 정책 공조를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트럼프 관세 위협에… 멕시코 간 우리 기업들, 대응책 고심
  • 韓 시장 노리는 BYD 씰·아토3·돌핀 만나보니…국내 모델 대항마 가능할까 [모빌리티]
  • 비트코인, 9.4만 선 일시 반납…“조정 기간, 매집 기회될 수도”
  • "팬분들 땜시 살았습니다!"…MVP 등극한 KIA 김도영, 수상 소감도 뭉클 [종합]
  • '혼외자 스캔들' 정우성, 일부러 광고 줄였나?…계약서 '그 조항' 뭐길래
  • 예상 밖 '이재명 무죄'에 당황한 與…'당게 논란' 더 큰 숙제로
  • 이동휘ㆍ정호연 9년 만에 결별…연예계 공식 커플, 이젠 동료로
  • 비행기 또 출발지연…맨날 늦는 항공사 어디 [데이터클립]
  • 오늘의 상승종목

  • 11.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8,985,000
    • -1.81%
    • 이더리움
    • 4,667,000
    • -2.57%
    • 비트코인 캐시
    • 692,000
    • -0.29%
    • 리플
    • 1,971
    • -1.2%
    • 솔라나
    • 323,800
    • -1.91%
    • 에이다
    • 1,333
    • -0.67%
    • 이오스
    • 1,107
    • -0.81%
    • 트론
    • 273
    • -1.09%
    • 스텔라루멘
    • 625
    • -9.68%
    • 비트코인에스브이
    • 92,200
    • -1.13%
    • 체인링크
    • 24,340
    • -0.73%
    • 샌드박스
    • 858
    • -11.9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