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의 따뜻한금융] 사회문제 해결 위한 금융혁신 ‘SIB’ 정착되려면

입력 2019-03-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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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임팩트금융 대표

한국경제가 심상치 않다. 고용 투자 등 주요 경제 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 심지어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소비심리와 기업 체감심리도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사회문제는 더 심각하다. 경제 규모가 세계 12위라고 하는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 자살률, 빈곤율, 고용률 등 사회문제의 면에서는 세계 최악의 고통대국이다. 사회 곳곳에서 보이는 신뢰 부재, 상호 혐오, 갈등과 격차가 인내할 만한 수준을 넘어서 온 국민을 지치게 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과연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더 이상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보다 더 시급히 풀어야 할 사회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에게 ‘힘’이 아닌 ‘짐’이라는 재앙을 넘겨줄 수도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연 47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으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정부 예산을 매년 늘려 보지만 한계가 있다. 사회문제의 내용도 문제다. 사회문제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져서 이제는 전통적인 복지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사회문제가 복합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회적 과제들이 경제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그 해결방식도 금융 경영 등의 시장적인 방법들을 융합할 필요가 있다. 재원이 선순환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투자’에 재원을 유통하는 임팩트금융이 떠오르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사회성과보상사업(SIB:Social Impact Bond)은 임팩트금융의 첨단 상품이다. SIB는 특정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민간기관이 정부와 협약을 맺고 민간의 투자를 유치하여 일정 기간에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약정한 목표를 달성하였을 때 정부가 투자 원금과 인센티브로 보상해주는 사업방식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하여 금융이 결합된 형태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예산을 짜임새 있게 사용하면서 효율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10년 영국 피터버러우의 사설 교도소에서 재범률을 줄이기 위하여 시작된 SIB는 이제 세계로 확산되어 120개 이상의 사례를 만들어 내며 사회문제들을 혁신적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와 경기도가 공동생활아동 지원,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위한 SIB를 진행 중이고,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 청소년 재범 예방,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SIB가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있다. 특히 다년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예산제도의 정비나 기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문제 해결방식에 대한 정부의 인식 개선이다. SIB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새로운 사업방식에 익숙지 않은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SIB는 민간의 투자를 유치하여 다년간에 걸쳐서 사업이 진행되고 정확한 평가를 통하여 성과를 측정하고 보상이 이루어진다. 전통적인 관료적 접근방식에 의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방식과 단기적 예산체계를 넘어서야 한다.

SIB에는 정부, 운영기관, 서비스 수행기관, 투자자, 평가기관 등의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민관 협치를 이루어 간다. 정부가 다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지나치게 정부에 의존하는 사회문제 해결방식을 벗어난다.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민간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하여 민관의 적절한 역할 분담과 협력을 강화하여야 한다.

뿌리째 흔들리는 사회경제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포용과 혁신이다. 모두를 위한 사회, 사회적 약자를 품고 가는 세상을 만드는 공생의 경제 사회질서를 만들고, 이를 위하여 지속 가능한 혁신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인식의 전환과 금융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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