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지금 필요한 것은 두려움에 맞서는 자신감

입력 2019-03-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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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19년 증시 첫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중국의 1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이 무너졌고, 애플의 팀 쿡은 중국의 매출 감소를 이유로 매출이 줄어들 것을 전망했다. 1월 3일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마저 월간으로 금융 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자 KOSPI는 2000을 깨고 내려갔다. 이후 변화가 드라마틱하다. KOPSI는 1월 4일 장중 저점인 1984를 반환점으로 돌아서 3월 2200 전후까지 빠르게 올라섰다.

상승의 이런저런 이유를 뒤따라가며 설명하고 싶지 않다. 주가가 충분히 올라왔으니 쉬었다 갈 때가 되었다라는 식의 뻔한 조언도 피하고 싶다. 1월 4일에서 3월 4일까지 무슨 일이 있었고, 또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가 궁금할 뿐이다. 돌이켜보자. 두려움의 근원은 세 가지였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미중 무역 갈등, 그리고 이 둘이 촉발한 펀더멘털 악화이다. 경제 지표 부진이 현실로 나타나자 시장은 이를 가격에 반영했지만 일시적이었다. 이유는 자명하다. 정책 기대감으로 우려가 급속히 진정되었고, 세 가지 우려의 개선 징후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 상승의 신호탄은 연준의 입장 선회였다. 지난해 11월과 2월의 파월 연준 의장이 동일한 인물인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2019년 4차례 금리 인상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2차례, 이제 1차례가 컨센서스다. 경제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연준에 대한 기대치는 더 커지고 있다. 2019년 금리 인상은 없고, 연준의 자산 축소가 곧 중지되리라는 기대이다. 시장의 기대가 너무 앞서간 부분도 있다. 1월 FOMC 의사록 공개 후 당장 자산 축소를 중지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연준은 매파적’이란 해석이 힘을 얻기도 했다.

오히려 필자가 1월 FOMC 의사록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다른 데 있다. 연준의 주요 기능이 실업률과 물가 안정에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연준 의사록의 일부 의원은 매크로 지표보다 투자심리 회복을 중시했다. 연준위원이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 약화를 지적한 점은 흥미롭다. 자산 매입 축소 종료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연준이 시장 친화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국이 다시 금리 인상 기조로 선회해도 증시에 나쁠 건 없다. 이는 경제가 호전되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되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라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은 보통 개인적이다. 각자 원하는 것 내지 두려워하는 것을 미래로 투영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베트남 하노이의 악몽도 한국만이 실망했을 뿐이다. “나쁜 딜보다 노딜이 낫다”는 미국 내의 긍정적 평가를 주목해야 한다. 미중 무역분쟁과 북미 협상은 미국의 입장에서 중요도의 차이가 크다. 3월 내에 시진핑과 트럼프가 만나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진 아직 미지수이지만, 최소한 회담 결렬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3월 29일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최악의 경우 하드보더 이슈로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유로존이 붕괴되지 않는다. 영국 경제는 큰 상처를 받고, 국경 문제는 더 심각해지겠지만, 한국이 당사자는 아니다. 이미 “연기는 없다”라는 강경론을 고수해온 테리사 메이 총리의 입장도 바뀌었다. 지난달 영국 하원에서 이미 ‘브렉시트 합의안 2차 투표→노 딜 브렉시트안 투표→브렉시트 연기안 투표’라는 3단계 투표안을 내놓았다. 리스본 조약 50조로 인해 영국의 법정 탈퇴 시한은 3월 29일이다. 하지만 이 조약은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 시 협상 연장이 가능하다. 아무런 합의안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은 낮다.

중국 역시 최악의 수순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12월 중국 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경기 하방압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 경제의 급격한 둔화와 금융시장의 추락을 예상했다. 그러나 이들이 놓친 점이 있다.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중국은 지난해 상업은행의 대출쿼터제, TMLF(선별적 중기유동성지원대출) 도입에 이어, 1월에는 지준율을 2차례 인하했다. 동시에 ‘이구환신 & 가전하향’이라는 소비촉진 정책도 발표했다. 과거 2009년 소비 정책이 보조금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대규모 감세와의 시너지를 바라봐야 한다.

똑같은 20도의 기온에도 계절에 따라 사람들의 심리는 달라진다.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생각하지만 여름에는 시원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온은 언제나 20도로 동일하다. 현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직 세 가지 불확실성인 △미중 무역갈등 △영국 브렉시트 우려 △중국 경제 부진은 진행형이다. 하지만 동일한 이슈에 대해서도 해석을 바꾸며 주가는 올라왔다. 상황이 좋아져서 올라온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주가를 끌고 올라온 것이다. 필자의 시나리오는 단순하다. 각국이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부양정책을 선택하는 기간에 낙관적 전망에 베팅하자. 지금 필요한 것은 두려움에 맞서 싸울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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