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늙어가는 한국 제조업, 미래가 암담하다

입력 2019-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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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조업이 지난 20년간 성장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떨어진 반면, 쇠퇴 업종에서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산업발전 흐름과 거꾸로 가면서 제조업이 늙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또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들지 못해 주력산업 교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제조업 중장기 추세 분석’ 보고서의 진단이다. 보고서에서 1995년부터 2016년까지 글로벌 5대 성장산업은 석유정제와 통신기기·의약·비철금속·정밀기기로 꼽혔다. 이 기간 중 한국은 석유정제와 정밀기기에서만 점유율이 각각 1.9%포인트(p), 3.5%p 상승했을 뿐, 통신기기(-3.5%p), 의약(-0.9%p), 비철금속(-0.2%p)은 하락했다. 반면 제지·섬유·특수목적기계·가전·의류의 5대 쇠퇴산업에서 한국은 섬유(-3.4%p) 점유율만 떨어지고, 제지(0.1%p), 특수목적기계(1.3%p), 가전(1.2%p), 의류(1.4%p) 모두 높아졌다.

2007년과 2017년의 수출상위 10대 품목 비교에서도 2개만 바뀌었다. 컴퓨터 부품과 모니터가 빠졌고 해양플랜트와 석유화학 원료가 새로 포함됐다. 같은 기간 중국은 4개가 교체됐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10대 품목 비중 또한 2017년 한국은 46.6%에 달했다. 일본은 33.8%, 미국 30.1%, 독일 28.8%였고, 중국도 27.9%에 그쳤다.

한마디로 제조업이 역동성을 잃고, 경쟁력 없는 업종이 고착화된 채 쇠락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미래로 가는 길에 우리는 뒤처지고, 다른 나라가 버리고 가는 길에서 앞서 간다”고 우려했다.

이래서는 정말 미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산업연구원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지능형 반도체, 바이오헬스, 제조용 로봇 등 대다수 신산업에서 한국의 혁신역량과 경쟁력이 중국에 뒤져 있다고 분석했다. 소재·장비 등 후방산업 역량이 떨어지고,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한 게 주된 요인으로 지적됐다. 중국은 미래 성장산업에서 세계를 주도하겠다는 ‘제조 2025’ 전략과 ‘반도체 굴기’를 통해 급속히 도약하고 있다.

‘제조업 한국’은 이미 추락하고 있다. 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기술력은 제자리걸음에 생산비용만 늘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혁신산업 육성, 시장주도형 연구개발 고도화, 제조업 스타트업 활성화 등은 여전히 말뿐이고 성과가 없다. 미래산업에 투자할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혁신의 지름길은 새로운 산업과 기술, 인력에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파격적 규제개혁으로 기업할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이 그 전제다. 노동시장의 고질적 경직성을 타파해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것도 급선무다. 그런데 규제혁신도 노동개혁도 제대로 되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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