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의 생각] 버스파업 위기가 보여준 文정부의 경제실정

입력 2019-05-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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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교수

최근 전개되고 있는 전국적 규모의 버스파업 위기는 현 정부의 경제 실정에 경종을 울려준다. 버스파업은 귀족노조의 이념 투쟁과도 무관하고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요금정책만의 문제도 아니다. 노조와 버스업체 그리고 경제전문가들 모두 정부가 현실을 도외시하고 주52시간 근무제를 강요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상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당시부터 예고되었던 버스파업에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다 서울과 부산 등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한국노총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소속 사업장들이 80% 이상의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하자, 뒤늦게 지자체의 요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며 정책 집행의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전체적 방향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필요하다는 데 이론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하는 정체불명의 이념적 정책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 2년여 전 대선은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그 당시 대통령 후보 문재인의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충분한 검토와 판단을 할 수 있는 정신적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따라서 근로시간과 최저임금에 관한 과격한 정책이나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이념적 정책이 국민의 뜻이라거나 촛불 민심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심왜곡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정치화된’ 강성 노조의 리더들은 주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1만 원 이상 상향 조정이 촛불민심이라고 강변하면서 청와대를 몰아붙였다. 이들 강성 노조는 촛불정국을 주도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체 노동자의 5%만을 대표하고 있을 뿐이다. 대다수의 청년들과 상당수 대학생들은 청와대와 여당이 강성 노조 눈치만 보면서 국민경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침묵하던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내년에 말할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민생이야.”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보수적 기성세대만의 비판을 받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학생들은 대부분 진보성향을 갖고 있고 보수성향의 학생들은 침묵해 왔지만, 최근 일부 학생들이 전국 450개 대학에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등 적극적 의사 표시를 하고 있다. ‘문재왕 시리즈’ 대자보는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자영업자들의 추악한 이윤 추구 행위를 박살 내서 사농공상의 법도를 세우고, 최저임금을 높여 고된 노동에 신음하는 청년들을 영원히 쉬게 해주셨다”고 조롱하고 있다.

근로시간과 최저임금을 비롯한 경제정책에 관해 국민의 뜻을 정확히 확인할 기회가 없었다면,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타협하는 현실적 정책 조정을 도모해야 했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경제실정 징비록’을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하려는 것을 단순한 정치공세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민주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집권 2주년이 4주년 같다고 레임덕 현상을 자인하는 것은 부끄럽고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버스파업 위기는 현 정부 경제정책의 비현실적이고 이념적인 집착으로 인한 민생파탄의 단면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정부가 경제변화의 흐름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버스업계와 소비자는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변화에 따라서 계속적으로 상호 작용하며 움직이고 있는데, 정부는 그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서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년 전 우버보다 앞서 국내 토종업체가 콜버스를 운영하려고 시도했지만, 그 운영시간과 지역 및 차종과 사업자에 관한 정부의 엄격한 규제로 사업은 좌절되고 말았다. 청와대와 여당 경제정책의 방향성뿐만 아니라 그 정책 역량도 의심받는 상황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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