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키워드의 함정

입력 2019-05-2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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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자본시장1부 기자

‘희토류’는 최근 증시에서 핫한 키워드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해지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희토류 생산시설을 시찰하며 대미 보복카드로 꺼낼 수 있다는 메시지가 나오면서부터다. 강대국 간 무역갈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분쟁 관련 테마주가 만들어진 셈이다.

희토류는 이름 그대로 희귀한 흙을 의미한다. 원소주기율표 중 57~71번에 속하는 15개 원소에 스칸듐·이트륨을 더한 17개를 통칭하는 단어로, 200여 개 광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열전도율, 우수한 내성 등을 기반으로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반도체, 전자제품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필수 원자재로 꼽힌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희토류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로, 미국도 사용량 중 80%를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대미 압박카드로 꺼낼 수 있었던 이유다.

시장은 키워드에 주목했다. 희토류가 무엇인지, 어떤 곳에 쓰이는지 등은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희토류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급등했지만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실적은 어떤지, 왜 오르는지 등은 찾을 시간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그저 관련주로 엮이기만 하면 투자자의 기대감과 기업, 언론의 설레발이 합쳐져 주가가 움직이는 모양새였다. 실제 ‘희토류’ 키워드 중심으로 구성된 한 기업의 보도자료가 HTS에 나간 후 1분도 지나지 않아 상한가로 직행하기도 했다. 우선 주가가 움직였으니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 건 회사에도, 투자자에게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테다. 자원개발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설령 성과가 없더라도 그건 긴 시간이 지난 후에 밝혀지거나 이미 지나간 이슈로 취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철마다 테마주가 기승을 부린다. 이 와중에 이익을 내는 소수의 투자자가 있기에 ‘테마주를 조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공허하게 들린다. 이유 없는 급등 후 급락 추세도 매번 같다. 안타깝게도 고점에서 물린 다수의 투자자도 발생한다. 그들에겐 ‘프레이밍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종목에 투자한 후에는 해당 기업의 긍정적인 부분만 생각하며 모멘텀에 집착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의 압박카드에 반응하거나 혹은 다른 방안를 내놓더라도 이는 무역분쟁의 심화를 의미한다. 하락장의 지속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인한 반사이익 예상부터 실제 자원개발에 참여하는 방법, 북한 희토류 매장설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대외적 악재가 겹친 장세에서 키워드 하나로 주가가 크게 움직인다. 비이성적인 상황일수록 동조하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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