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공유경제와 관광산업의 미래

입력 2019-06-09 17:53 수정 2019-06-1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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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 부국장 겸 유통바이오부장

남들보다 이른 여름 휴가를 러시아로 다녀왔다. 러시아의 고도(古都)인 노브고로드에 머문 날 저녁 식사를 하고 나오니 비가 내렸다. 호텔까지 도보로 10~15분 정도 거리였지만 비가 제법 많이 와 일행들과 함께 온라인 승차공유 서비스 ‘얀덱스 택시’를 불렀다. 다운받은 앱으로 택시를 부르자 소요시간과 예상 요금까지 떴다. 가까운 거리이긴 했겠지만 예상 요금과 시간이 실제와 딱 맞았다. 유난히 영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인 러시아에서 얀덱스 택시 덕분에 말 한마디 않고도 바가지요금 걱정 없이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다.

알고 보니 얀덱스 택시 서비스는 러시아가 핵심 시장이었다.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회사가 러시아, 벨라루스, 조지아 등에서 우버와 합병돼 이들 국가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발트 3국, 핀란드 등 전 세계 15개국에서 운영 중이었다. 러시아에서도 우버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심각한 갈등 중인 우리나라의 승차공유 서비스와 관광 상황이 절로 떠올랐다.

정부는 4월 공유경제, 체험경제, 스마트경제 중심으로 관광산업의 체질을 바꾸겠다며 ‘관광혁신전략’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관광산업도 플랫폼경제·공유경제 중심의 융복합 산업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사회나 기술 변화에 빠르게 따라가도록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면서 2022년 방한 관광객 23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방한 외래 관광객 수는 1535만 명이다.

‘굴뚝 없는 공장’으로 불리는 관광 산업의 최근 세계적인 트렌드는 공유경제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수많은 전 세계 관광객들이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잡고 우버, 리프트 등을 이용해 이동한다.

그간 한국 관광은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해왔지만, 사실 지정학적 특성상 변수가 너무 많다. 2011년만 해도 한류 붐에 힘입어 방한 일본인 수(329만 명)가 방일 한국인 수(165만 명)보다 2배 많았지만 그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으로 양국 관계가 냉각되면서 몇 년 사이 상황은 역전됐다. 지난해 방한 일본인 수는 295만 명으로 7년 전보다도 줄어든 반면, 방일 한국인 수는 754만 명이나 됐다. 중국인 관광객은 2013년 일본인 관광객 수를 처음 제친 후(405만 명) 2016년 806만 명까지 늘었다가 2017년 사드 배치 보복으로 416만 명으로 반 토막 났고 ‘다소 회복됐다’는 작년에도 478만 명에 그쳤다. 결국 일본과 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할 때 외국인 관광객을 급격히 늘리려면 공유경제 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국내 승차공유 서비스는 좀처럼 해결이 쉽지 않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당장 밥벌이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개인택시 면허가격 하락이라는 재산상 손실까지 우려하는 택시업계의 반대 입장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렇다고 시간만 보내다 외국 업체에 시장을 다 내주게 될 것이라는 IT업계의 우려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여전히 일부 외국인 관광객은 인천공항에서 서울 시내까지 ‘바가지 택시요금 25만 원’을 뒤집어쓴다. 내국인 서비스는 당장 차치하더라도 외국인 관광객에 한정해 차량공유 서비스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만하다.

공유숙박 역시 말만 앞설 뿐 실행은 지지부진하다. 올 1월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연 180일 이내로 도시 지역 숙박 공유를 내국인에게도 허용하기로 했지만 이 문제 역시 모텔, 민박, 호텔 등 기존 숙박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통 산업과 신산업의 충돌은 전 세계적인 이슈이고 국내에서도 수년간 마찰을 일으켜온 문제이다.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우리 기업들의 시장 진입만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이 하나둘씩 지쳐 나가떨어진 후 국내 공유경제 시장이 열리면 그때는 외국 기업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 뻔하다. ‘관광공유경제’가 대세인 관광산업 역시 ‘앙꼬’를 다 뺏기고 후회해봤자 때는 늦다. h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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