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정우성과 생각 공유하고 빵 냄새에 녹아들다

입력 2019-06-2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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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국제도서전...다양한 볼거리, 강연에 인파 몰려

▲19일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김소희 기자 ksh@
▲19일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김소희 기자 ksh@

"저기야. 저기!"

한 남성이 달려가는 방향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이 향했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전시홀 B로 가는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라 그의 외침은 나침판처럼 다가왔다. 어렵지 않게 이날 취재 계획 중 하나였던 배우 정우성의 주제 강연이 이뤄지는 장소에 도착했다.

정우성이 서울국제도서전에 저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그는 이번 도서전에서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원더박스)를 처음 공개했다. 아나운서 한석준과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이라는 주제를 놓고 대담했다.

강연에는 500여 명의 청중이 몰렸다. 정우성은 2014년부터 세계 난민촌을 찾아 마주한 경험과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책을 소개했다.

▲배우 정우성이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ksh@
▲배우 정우성이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ksh@

먼저 그는 지난 5월 다시 방문한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이야기부터 꺼냈다. "로힝야족은 지구촌에서 가장 불행한 민족이에요. 많은 난민이 전쟁이 끝나면 귀향하길 바라지만, 고국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로힝야족은 어떤 희망을 누구와 얘기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5월 내전을 피해 500여 명의 예멘 난민자 신청자 소식에 그는 '난민의 인권을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현실의 피해를 모르는 것'이라는 식의 비판이 쏟아졌다.

"놀랐지만, 반대 댓글을 찬찬히 읽으면서 차분해지려고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배우로서 이미지 타격을 우려하기도 했어요. 대다수 우려의 목소리는 난민에 대해 이해가 깊지 않아서 나온다고 봤어요. 이런 분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드리는 것이 담론을 성숙하게 이끌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저는 친선대사를 하면서 난민이 어떤 아픔을 가졌는지 이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예를 공유하고 싶었고요." 

정우성은 난민의 아픔은 대한민국이 겪은 현대사의 아픔과 맥락이 같다고도 했다. 한국전쟁 당시 생긴 국내실향민 600만명을 위해 유엔한국재건단(UNKRA)이 주택, 교육, 의료 등 국가재건을 돕기 위한 활동을 했고 그것이 지금 유엔난민기구의 활동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책은 사고를 확장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수단이에요. 하지만 제 경험을 강요하거나 주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난민을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사람들이 좋고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없어요.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이 성숙한 담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웅 오월의종 대표(왼쪽)는 20일 이욱정 PD의 '요리인류'에 참석해 빵을 만들게 된 계기와 천연발효빵의 가치에 대해 말했다. 김소희 기자 ksh@
▲정웅 오월의종 대표(왼쪽)는 20일 이욱정 PD의 '요리인류'에 참석해 빵을 만들게 된 계기와 천연발효빵의 가치에 대해 말했다. 김소희 기자 ksh@

◇ "저 빵 싫어했어요" 정웅 오월의종 대표의 폭탄발언?

'치킨인류'를 펴낸 이욱정 PD가 서울국제도서전에 '요리인류' 스튜디오를 열었다. 20일 대담의 주인공은 화제의 빵집 '오월의종'의 정웅 대표. 오월의종은 천연효모를 이용한 건강한 빵으로 유명한 베이커리다.

정 대표는 빵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던 자신이 어떻게 서른한살에 반죽을 잡게 됐는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어떻게 베이킹을 시작하게 됐느냐는 질문을 받곤 해요. 저는 빵을 안 좋아해요. 빵을 접하기 이전에, 남을 사줘야 빵을 조금 먹어보는, 내 돈으로 빵 사먹을 생각 전혀 안 해본 사람이었어요. 무기재료공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시멘트 회사에 다녔는데, 그 앞에 빵집이 하나 있었어요. 작업하는 모습이 보여서 무심코 관찰하다가 허술한 상태에서 시작하게 됐죠."

정 대표는 시멘트회사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다가 사표를 내고 제빵학원에 등록했다. 온전히 자신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2004년 행신역에 오월의종을 처음 열었다 "내 가게를 오픈했다는 생각에 감각이 마비됐어요. 그저 좋았죠. 현실을 빠르게 깨달았지만요."

정확히 3년 후 빚이 1억 원을 넘었다. 보증금도 다 날렸다. 월세는 당연히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정 대표는 담담했다. 빵을 만들수만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괜찮다고 생각했다.

손님의 신고로 경찰이 가게에 찾아온 일도 있었다. "호밀빵을 사간 손님이었어요. 빵 자체가 건조됐고 맛이 시큼했어요. 손님은 오래된 빵을 판다고 생각한 거죠. 오해는 쉽게 풀렸어요. 가게에 있는 빵이 다 그 맛이잖아요. 경찰도 신선한 상태임을 인정해줬죠. 맛없는 빵을 만드는 베이커로 인증 받아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거죠."

오월의종의 시그니처 메뉴는 천연 발효빵이다. 정 대표는 천연효모를 사용하는 빵이 최고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재밌는 식감을 만들기 위해 쓰는 한 방법일 뿐, 모든 빵에 천연효모가 선행되어야 한다거나 천연효모가 들어간 빵이 품질이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천연효모빵은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2~3주 걸려요. 노력에 비해 빵 품질을 유지하는 게 어렵죠. 또 빵이 제작되는 시간이 4시간 정도 걸리니까 7시에 가게를 열려면 새벽 3시에는 나와서 일해야 해요. 너무 힘들어서 빵 만든다고 아침에 나왔다가 거짓말로 오븐이 고장났다고 써놓고 도망간 적도 있어요."

하지만 20년간 베이커 길을 걸으면서 자신은 가게 안에서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쉰다는 걸 알게 됐다. "비 오는 새벽에 빵 만들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제일 좋아하는 빵이요? 남의 빵은 다 맛있던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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