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불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 최저임금을 주라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통계상으로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는 사업자가 전체의 15.5%에 달한다. 숙박음식업 근로자의 43%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 소상공인들이 범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만들자는 뜻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27일 ‘2019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이 열린 제주 롯데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영세 소상공인 및 뿌리산업 13개 업종 대표들이 참석했다. 김 회장과 함께 황인환 서울자동차정비업협동조합 이사장, 박평재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발언에 나섰다.
전날 최저임금위원회는 5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전체위원 27명 중 찬성 10명·반대 17명으로 나타나 내년도 최저임금을 전체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해온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전원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업의 이익 규모와 부가가치는 업종별로 차이가 있다”며 “업종 규모에 따라 기업의 지불 능력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의 소득을 고려하지 않고 지출 계획을 먼저 세우는 게 어디 있냐”고 반문하며 “기업의 지불 능력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포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국내 노동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9위로 평균에 못 미치는데 소득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4위인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이라고 부를 게 아니라 보통임금이라고 고쳐 불러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협동조합 이사장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신음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의현 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주 52시간 근무와 겹쳐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고 토로했다. 내년부터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된다.
이 이사장은 “지금은 300인 이상만 적용하니까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요새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일하도록 하는 업체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은 아예 생각을 못 한다”며 “자동화로 대체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문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투명하고, 결과는 공정할 것’이라고 정부는 말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기회는 다양하고, 과정은 투명하고, 결과가 평등’해야 한다”며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월급을 올려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도 근로시간 단축이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은 2~3년 후를 바라보고, 잘 되겠다 싶으면 설비 충원을 하는 것이 순리인데 살아남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신입사원도 안 뽑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니까 의욕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주유소 업계가 가족경영, 셀프주유소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주유소 업계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분야”라며 “셀프 주유소 비중이 올해 30%를 넘어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도 만이라고 삭감 또는 동결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기문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논의 내용이 매년 반복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매년 사용자 측의 의견 반영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각 업종에서 하는 이야기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 절박하다는 의견으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주=이지민 기자 aaaa3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