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흔의 共有하기] 에누리 없는 전통시장

입력 2019-07-01 18:06 수정 2019-07-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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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오이를 A가게에서는 3개에 2000원에 팔고, B가게에서는 5개를 1500원에 판다면 어디에서 사는 게 경제적일까? 초등학생도 맞힐 수 있는 쉬운 문제다. 당연히 정답은 5개에 1500원인 B가게다.

얼마 전 아내와 집 근처 전통시장에 갔다. 아내는 평소 대형마트를 가지만, 지방에 가는 경우나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꼭 전통시장을 즐겨 찾는다. 시장에서 오이를 구매한 아내는 집에 오면서 시장에서 너무 비싸게 판다고 한마디했다. 평소 오이 가격을 잘 몰라 왜 그러는지 물었더니 대형마트와 비교해 너무 비싸게 판다는 얘기였다. 집에 와서 콩물에 얼음을 동동 띄워 시장에서 사 온 오이를 썰어 넣고 먹었는데 오이가 너무 썼다. 대형마트에서 사는 오이도 가끔 쓴맛이 나지만, 이 오이는 써도 너무 썼다. 겨우 다 먹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주말 드라이브를 갔다가 오는 길에 농협이 운영하는 로컬푸드직매장에 오이를 사러 갔다. 이곳에서는 오이를 5개에 1500원에 팔고 있었다. 집에 와서 콩물에 오이를 썰어 넣어 먹어보니 싱싱하고 맛이 좋았다.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나중에 연말정산에서 40%나 공제를 해준다. 그만큼 정부에서 전통시장에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부처 장관은 1년에 한두 차례는 꼭 전통시장을 방문해 소상공인의 민원을 듣는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장들은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지역의 시장을 방문하고 물건을 구매하는 사진을 찍는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며 대형마트 영업까지 제한한다. 이렇게 우리가 국민 세금으로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전통이 있는 시장이고 지켜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시장은 많이 변했다. 반갑게 인사하는 상인들이 없고 에누리 같은 인심이 없어진 곳도 적지 않다. 카드를 내밀면 인상을 쓰고 카드단말기가 없다고 말하는 곳도 있다. 앞선 사례처럼 쓴 오이를 파는 등 품질이 안 좋은 경우도 종종 있다. 품질 좋은 생선을 앞에 놓고 정작 달라고 하면 뒤에 있는 작고 신선하지 않은 생선을 주거나 3마리에 1만 원이라고 했다가 돈을 내밀면 갑자기 이건 2마리에 1만 원이라고 얼굴색을 바꾼다.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런 전통시장을 살려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전통시장 육성 예산은 5370억 원에 달한다. 중기부의 전통시장 지원 사업 중 대표적인 것이 복합 청년몰 조성이다. 전통시장에 청년 창업 등을 지원해준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잘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청년몰로 만들어진 식당 몇 곳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지상파 TV 프로그램에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음식에 대한 기본기 부족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진정 전통시장을 살리는 방법이 무엇인지 더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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