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_인터뷰] "대기업 제안 거절하고 브랜드 빌딩"…'롬앤' 민새롬 도전기

입력 2019-07-04 05:00 수정 2019-07-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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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간 블로거로 활동하며 쌓은 소통 능력…"단 한 명의 말도 경청해야"

▲민새롬 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이패밀리SC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제공=이하 아이패밀리SC)
▲민새롬 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이패밀리SC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제공=이하 아이패밀리SC)
"당신의 보라색 입술을 구제해드립니다."

유튜브에 접속한다. 얼굴에 로션조차 바르지 않은, 안경을 쓴 한 여성이 이같이 제안한다. 이 여성은 자신의 보랏빛(?) 입술을 거침없이 공개한다. 본인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함께 생기를 찾자고 말한다. 모공이 하나하나 다 보이도록 숨김없이 자신의 민낯을 공개하는데, 왠지 친근하다. 이 여성의 가르침 대로 따라가면 왠지 내 얼굴의 단점이 보완될 것만 같다.

민새롬(29) 씨는 뷰티 크리에이터다. 2012년 '개코의 오픈스튜디오' 블로그를 운영하며 온라인 소통을 시작했다. 어느덧 8년 차 인플루언서가 됐다. 뷰티 브랜드 '롬앤'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롬앤은 민새롬의 '롬', 그리고의 'and'를 합친 이름이다. 대학교에 다니던 평범한 미술학도였던 민 씨는 '심심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가 '롬앤'의 얼굴이 됐다.

"해외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아일랜드에 살기도 했는데, 거기에 살면서 유럽여행을 다녔거든요. 그 여행들을 추억용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올렸어요. 그러다 원래 화장품을 좋아하기도 했기 때문에 '내가 산 화장품을 한 번 올려볼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냥 올리는 것보다 마침 새로 산 태블릿 PC도 활용할 겸 제품 '누끼'도 따서 올리니까 시각적 효과가 나더라고요. 사람들이 좋아해 주기도 했고요. 점점 이것도 올려볼까, 저것도 올려볼까 하다가 이렇게 됐어요.(웃음)"

처음엔 기록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블로그 속 말투는 '올렸음', '써봤음'과 같은 반말이었다. 팬이 늘어나면서 말투도 바뀌고, 소통 영역도 확대됐다. 최근 구름다리를 건넌 강아지 '숑이'와 민 씨와의 교감은 인기 블로그 포스팅 중 하나였다. 민 씨는 "강아지 보러 왔다고 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민 씨의 애칭은 '개코'다. 롬앤 직원들은 그를 '새롬님' 혹은 '개코님'이라고 부른다. 민 씨는 자신은 롬앤의 대표가 아닌 뷰티 크리에이터라고 했다. 롬앤의 경영, 마케팅 등 다른 영역은 전문 인력이 책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민 씨의 롬앤은 2018년 대한민국브랜드대상' 뷰티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이패밀리SC에서 민 씨를 만나 대기업 러브콜부터 롬앤의 성장과 슬럼프 과정까지 모두 들었다.

▲민 씨가 시코르 대구점 오픈 기념으로 열린 뷰티클래스에서 메이크업 시연을 하고 있다.
▲민 씨가 시코르 대구점 오픈 기념으로 열린 뷰티클래스에서 메이크업 시연을 하고 있다.

- 지금은 민낯 공개가 자연스럽지만, 예전에는 용기가 필요한 영역이었다. 특히 화장 전후를 세세하게 공개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저는 사실 거리낌이 없었다. 평소에도 민낯으로 잘 다니고, 화장하는 날이 거의 없다. 직원들도 제가 화장하는 날엔 '무슨 일 있어요?'라고 물을 정도니까.(웃음) 민낯 공개가 흔하지 않았던 때였는데, 제 민낯과 극대화된 화장 후의 얼굴을 보여주니 반응이 더 오더라. 제 화장 전과 후가 다른 게 이득으로 다가온다는 걸 알게 된 거다. 콘텐츠로 공개를 한 번 했더니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 '롬앤'이라는 신생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대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제안들을 거부하고 브랜드를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

"저는 '롬앤' 대표가 아니다. 아이패밀리SC에서 웨딩사업을 하다 보니 청담동 메이크업숍 원장들이랑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직원 한 명이 나를 추천했다고 한다. 2015년 지금의 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당시 저 역시 진로 고민을 하고 있던 때였다. 정말 많은 러브콜이 들어올 때이기도 하다. 지금의 선택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거로 생각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아이패밀리SC에서 장문의 메일을 보내온 거다. 어떤 회사고, 메이크업 제품을 만든 적은 없지만 함께 일하고 싶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민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촬영하고 있는 모습.
▲민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촬영하고 있는 모습.

- 맨땅에 헤딩 같다.

"맞다. 당시 남자 본부장, 남자 부사장, 여자 팀장 세 명뿐이었다. 저 역시도 '내가 이들과 같이 화장품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힘을 합치면 될 거라는 강한 이끌림이 있었다. CJ에서는 유튜브 개설을 해서 방송 출연도 하자고 했는데, 유튜브 채널은 혼자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블로그도 혼자 키워오지 않았나. 그렇게 2015년부터 1년 정도 같이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시작한 거다. 제가 합류하면서 회사에 신사업본부가 설립됐다. 본부장님과 팀장님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서 화장품을 만들면서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다."

- 롬앤의 첫 상품이 출시되고 반응이 어땠나.

"처음에는 정말 확 떴다. 소위 '오픈빨'이었다. 개코가 화장품을 냈다고 하니까 관심을 얻었다. '우리 진짜 잘됐다, 대박났다' 했다. 그런데 3개월 가니까 '개코빨'도 떨어지더라. 저희의 첫 정책은 '백화점 화장품보다는 싸지만 로드샵보단 좀 비싼 제품을 만들어보자'였다. 정말 제품만 열심히 만들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제품만 잘 만드는 게 좋은 건 아니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였다. 이 제품을 사람들한테 어떻게 알리고, 경험해보게 해야 하는지가 중요했다. 신제품이 한 번 나오고 새로운 이슈가 없으니 쭉쭉 떨어졌다. 2016년 9월에 런칭했는데, 이듬해 4월에 재브랜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한동안 활동도 줄었던 것 같다.

"롬앤에 집중했다. 유튜브도 2016년에 만들었는데, 거의 손을 놨다. 페이스북용 롬앤 콘텐츠를 만드는데 전력을 쏟았다. 당시 직원도 없어서, 제가 직접 페이스북 콘텐츠 만들고 CS직원인 척 댓글 달고 그랬다."

▲롬앤 제로 매트 립스틱 '올댓재즈' 메인 화보 속 민 씨.
▲롬앤 제로 매트 립스틱 '올댓재즈' 메인 화보 속 민 씨.

- 전략을 어떻게 바꿨나.

"재도약을 위해 브랜딩을 다시 하면서 패키지, 로고, 모델을 싹 바꿨다. 제품 가격도 완전히 낮췄다. 타깃을 바꾼 거다. 그동안 타깃은 개코와 함께 성장한, 개코와 비슷한 또래들이었다. 20대 중후반, 30대 초반을 염두에 뒀다. 그런데 그들은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사지, 인플루언서가 론칭한 걸 잘 사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전에는 바라보지 못했던 이들을 바라봐야겠다고 생각해서 가격도 낮추고, 파운데이션보다 쿠션, 립스틱보다 틴트로 옮겨갔다."

- 브랜딩을 다시 해도, 대박이 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이대로 배가 가라앉으면, 제가 그동안 쌓아온 것도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회사 차원에서도 개코를 영입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고, 직원도 새로 뽑았는데 망하면 안 되지 않나. 저도 미안하고, 회사도 저한테 미안한 상황이 되는 거다. 정말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

- 브랜딩을 다시 한 이후 점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 입으로만 '우리 것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입에서 '롬앤 좋다'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콘텐덕트'를 구상했다. 콘텐츠와 프로덕트의 합성어다. 제품을 하나 낼 때도 제품 하나가 나오기까지 모든 과정을 콘텐츠로 만들었다. 페이스북용 콘텐츠여도 너무 자극적인 콘텐츠는 지양했다. 롬앤답게 가고 싶었다."

▲민 씨가 시코르 강남점 오픈 기념으로 뷰티클래스를 열고 시연하고 있는 모습.
▲민 씨가 시코르 강남점 오픈 기념으로 뷰티클래스를 열고 시연하고 있는 모습.

- 페이스북 콘텐츠가 롬앤을 다시 살린 건가.

"정말 꾸준히 만들었다. 콘텐츠 하나가 터지자 다른 상품으로 연결돼서 상품 품절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자신감도 생겼다. '어썸' 제품은 '퍼플립 구제템'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 제품으로 베이스를 만들면 거무죽죽한 입술을 살릴 수 있다고 마케팅을 했다.(웃음) '어썸'이 품절되자 주변 제품들도 하나씩 품절되기 시작했다. 고객이 제품을 200%, 500% 활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공한 결과다."

- 지금은 안정기인가 도약기인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지금이 가장 높은 순간이다. 처음 오픈빨을 요즘 시기에 넘어섰다. 아무리 잘 돼도 오픈빨을 넘어서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2~3배 넘겼다. 최근 출시한 '빨간머리 앤' 에디션은 온라인에서만 하루 매출액만 1억 원이 넘겼다."

- 인플루언서의 화장품에 대해 불신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들도 끌어안을 수 있는 롬앤만의 계획이 있나.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소비자와 밀착돼서 브랜드를 같이 만들어갈 생각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롬앤개발기록'을 통해 개발 과정부터 모두 공개하고 있다. 화장품은 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출시 전에는 많은 분들을 모셔서 같이 써보고 컬러도 개발한다. 답은 소비자한테 있다. 99명이 좋다고 해도 불만족을 표시하는 1명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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