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군산의 夏③]기계 소음 멎자…사람 소리도 끊겼다

입력 2019-07-04 05:00 수정 2019-07-0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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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 인근 공장 폐쇄 뒤 노동자 6500여명 떠나

군산국가산업단지 내 유일한 학교로 2013년 설립된 새만금초등학교 전교생은 56명이다. 2016년 80여 명에 달하던 학생들은 3년 새 눈에 띄게 줄었다. 학급 평균 학생 수는 8명. 바로 옆에는 짓다만 중·고등학교 부지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3일 군산시청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주로 모여살던 군산시 오식도동 인구는 2016년 말 1760명에서 5월 현재 1505명으로 2년 반 새 14.8%(260명)이 줄었다. 학교가 위치한 오식도동은 한국지엠과 현대중공업이 철수한 이후 직격탄을 맞았다. 새만금초등학교에 재직중인 한 교사는 “주로 지역 자영업자 자녀들이 많이 다녔기 때문에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학생들도 함께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과 협력사 노동자들이 터를 잡았던 소룡동과 나운동은 같은 기간 1300명(7.52%), 5000명(6.44%)씩 감소했다. 지역 대기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었던 세 마을에서 공장 폐쇄 뒤 6500명가량이 떠났다. 같은 기간 군산시 전체 인구가 5000명가량 줄어든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소재 새만금초등학교 전경. 각 학년마다 10명 남짓 총 50명 정도의 학생이 수업을 듣는다.(군산 = 김벼리 기자 kimstar1215@)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소재 새만금초등학교 전경. 각 학년마다 10명 남짓 총 50명 정도의 학생이 수업을 듣는다.(군산 = 김벼리 기자 kimstar1215@)

지역 주민들은 “체감상 절반 이상 떠났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구 의원실 관계자는 “집계상 군산으로 거주지 등록이 안 돼있는 경우도 많아서 수치상 드러나지 않아 고용위기지역 연장에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GM·현대중공업 공장 폐쇄 후 울산 지역 실업률이 오른 것이 그점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18년째 군산에서 택시를 운영중인 나점례(50) 씨는 “오식도동 먹자골목이 살아있을 때 야간 손님도 많이 태웠다”며 “요새는 1시간 넘게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산단 내 지점을 둔 은행 관계자는 “오식도동 식당은 반 이상 비어있어 5~10분 거리인 비응도항 식당가에서 식사를 해결한다”며 “8시만 지나도 식당이 일찍 닫기때문에 야근할 때 배달시켜 먹을 곳도 없다”고 말했다. 산단 내 협력사 관계자는 “원룸촌도 80%는 비어있어 원래 살던 사람들도 슬럼화되니까 시내로 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가동중단과 함께 연이은 지엠군산공장 폐쇄로 17여 만명은 다니던 직장을 잃었고 군산시 인구 유출은 심각해졌다. 정부는 2018년 4월 군산을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한 뒤 지역 경기 침체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2020년까지 기간을 연장했다. 고용위기대응 특별지역도 2020년 4월까지 1년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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