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유니클로·아사히맥주는 사지 않지만...

입력 2019-07-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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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 부국장 겸 유통바이오부장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 SPA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은 지난 주말 세일 기간이었음에도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일부 마트 매장에는 “일본산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포스터가 내걸렸다. 편의점에서는 일본산 아사히맥주, 기린맥주 판매량이 급격히 줄고 휴가철을 앞둔 여행사에는 일본 여행 예약 취소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리얼미터가 지난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 현재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거나 향후 참여할 것이라는 응답은 10명 중 7명(66.8%)이나 됐다.

불매운동은 확산되는 분위기이지만 불매운동이 감정적인 분풀이에 그칠 뿐 일본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다 안다. 2013년 독도 영유권 분쟁이 한창이었을 때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 불매운동이 일었지만 반짝 움직임에 그쳤다. 실제로 그로 인해 타격을 입은 일본 기업은 없었다.

유니클로를 사지 않는다고 해서 의류 소비가 고스란히 국내 의류 브랜드로 옮아가는 것이 아니고 아사히맥주를 사지 않는 대신 하이트 맥주만 사는 것도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 관광을 자제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인 750만 명이 일본을 방문한 데 비해 일본인은 300만 명이 한국에 오는 데 그쳤다. 일본을 찾아가는 한국인이 단기간에 절반으로 줄어들어 연간 30억 달러가 넘는 대일 관광수지 적자를 흑자로 돌릴 수 있을진 미지수다.

하코다 데쓰야 아사히신문 국제 담당 논설위원은 최근 칼럼을 통해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호소하는 반일(反日)은 영향력이 약할 것이며 일상생활과 유리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이번에도 불발로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두언 전 국회의원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승용차와 트럭이 서로 마주보고 달려오면 누가 피해가 크겠느냐”라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불매운동이 정치적인 상징성이 있다손 치더라도 장기화할 경우 되레 우리 경제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일본 기업의 고용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관광업계는 성수기를 앞두고 이달 들어 일본 여행을 취소한 소비자가 늘자 일본 불매운동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장 국내 주가도 경제상황을 우려해 흔들리고 있다.

결국 핵심은 불매운동이 아니란 얘기다. 맥주나 옷은 대체재가 얼마든지 있지만 반도체 소재와 부품은 현 상황에서 대체재가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본의 3개 품목 수출규제만으로 반도체 강국이라는 위상이 흔들릴 수 있는 우리 산업구조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와 별도로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시 절차 간소화 대상 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려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은 물론 일본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의존도 높은 시장을 다변화하고 기술 독립을 추진하는 등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단기적으로는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정치적인 해결 노력에 나서야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이어 이번엔 일본의 무역 보복을 맞닥뜨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아베 일본 총리 등 강력한 정치 권력의 등장으로 ‘세계화’ ‘자유화’로 대변되던 세계무역질서가 기술 패권을 둘러싼 전쟁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다음엔 또 어느 나라가 싸움을 걸어올지 모른다. 그때마다 기업들이 위기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고, 국민들이 불매운동에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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