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돌려막기’ 악순환… 진땀 빼는 상장사

입력 2019-10-14 08:05 수정 2019-10-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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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라임사태 여파 CB 위축… 기업 자금경색 우려

전환사채(CB)로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한 코스닥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잇따른 조기상환 요구, 납입 지연으로 인해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탓이다. 지난해 폭발적으로 커진 CB 시장이 주가 하락, 라임사태 등으로 인해 위축된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분석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성옵틱스는 전날 150억 원 규모의 6회 차 국내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발행 배경으로는 2017년 발행한 200억 원대 규모의 4회 차 CB 조기상환부터 시작된 유동성 악화가 꼽힌다. CB 발행 당시 5300원대를 맴돌던 주가가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2000원대를 횡보하자 풋옵션이 청구됐고, 해성옵틱스는 200억 원 규모의 CB를 1월과 4·7월에 걸쳐 만기 전 취득했다. 사채 인수를 위해 1월 중순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로 200억 원 조달 계획을 세웠지만 171억 원 확보에 그쳤다. 이달 말 해성옵틱스는 결국 금융기관 단기차입을 통해 60억 원을 추가 조달했다. CB 조기상환을 위해 또 다른 부채를 끌어다 쓴 셈이다.

이 같은 ‘빚 돌려막기식 악순환’은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류타임즈가 단기차입금 200억 원 증가 공시를 내면서 차입 이유에 대해 CB 조기상환 청구라고 밝혔다. 수성도 CB 상환을 이유로 내걸고 200억 원을 단기 차입했다. 비슷한 시기 CB 발행을 결정한 상장사에는 납입 지연이 잇따랐다. 휴림로봇은 6월 100억 원 규모의 9회 차 CB 발행을 결정했지만 납입일이 2번 밀렸다. 당초 8월 30일 예정됐던 납입일이 9월 27일, 종국에는 12월 19일까지 미뤄졌다. 그 사이 1100원대였던 주가는 800원대까지 떨어졌다. 유니맥스글로벌도 10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했지만 8월 8일이었던 납입일이 이번 달 30일까지 밀린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하반기 CB시장 위축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반적인 코스닥 주가하락으로 인해 주식 전환을 통한 고수익 창출이 불가능해진 데다 라임사태까지 더해지며 사모펀드들이 CB 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하면서, 주요 자금줄로 삼았던 중소 코스닥 기업들의 자금경색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간 CB를 통한 자금 조달이 5조 원가량 될 정도로 커졌고, 상반기부터 많은 CB가 발행됐다”며 “그러나 최근 여러 악재 등으로 시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코스닥 상장사들도 서서히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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