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GA)은 보험판매 채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규모 보험영업 조직이다. 1993년 복수대리점 제도 시행 이후 25년 만이다. 하지만 지금 대리점업계는 변곡점에 있다. 내부적으로는 일부 회사의 내부통제 문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외부적으로는 기존 보험사의 견제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보험설계사 수수료 개편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대리점업계의 침체는 피할 수 없는 ‘사면초가’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야 하는 중요한 시점을 앞두고 조경민 보험대리점협회장을 만나 국내 보험대리점 시장의 현안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20년간 급성장한 보험대리점 시장… 수수료 제도 변경으로 ‘변곡점’ 맞아 = 보험대리점은 보험회사의 전속 모집채널로서 해당 보험회사의 보험 상품 판매를 대리하는 역할로 시작했다. 1993년 복수대리점(2개 보험회사와 제휴)이 허용됐고, 1996년 독립보험대리점제도(다수의 보험회사와 제휴)가 도입되면서 오늘날의 법인보험대리점 형태로 탄생했다. 이후 2001년부터 법인보험대리점이 생겨나기 시작해 2009년부터 법인보험대리점 간 인수·합병으로 본격적인 대형화가 이뤄졌다. 2013년부터는 현재 규모로 성장했다.
조 회장은 1982년 보험감독원(옛 한국보험공사) 입사할 때부터 대리점과 연을 맺었다. 그는 “입사 후 대리점 인허가 업무를 해 대리점의 흐름과 역사를 꿰고 있다”며 “현장 업무를 많이 했고, 때문에 대리점의 전반적인 실태 등을 젊어서부터 잘 알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6월 취임 이후 바쁜 나날을 보냈다. 당국의 수수료 제도 개편 정책 발표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감독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의 일환으로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보장성 보험 판매 시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첫해 수수료를 특별수당(시책)을 포함해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키로 했다. 계약 초기에 집중됐던 보험모집 수수료도 분급해 지급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2021년 시행이 목표다. 현재는 계약 첫해 월 보험료의 1700%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계약 6개월 이내에 전체 모집 수수료의 80~90%를 준다.
보험대리점협회는 점포 운영비와 인건비 등 대리점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모집수수료에서 충당하기 때문에 모집 수수료를 제한하면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가 보험회사 전속 설계사보다 수수료를 적게 받는다고 주장한다.
보험대리점협회는 이 같은 주장을 금융당국에 건의하기 위해 지난달 말 국무조정실 규제심사관리관실을 방문했다. 보험대리점협회 측은 “담당사무관을 면담하고 건의서와 7만7387명의 반대 서명지를 전달했으며, 이번 달에는 청와대 민원(국민신문고)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때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장의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사항이라 지적하고 입법예고 기간 중 충분히 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해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 회장은 “국정감사의 목적은 국회가 소관기관의 국정 전반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해 국정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국정에 대한 감시·비판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적발·시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국정감사의 지적사항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법인보험대리점의 순기능을 통한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 소비자 보호와 보험판매 채널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내부통제 강화 노력에 ‘자율규제기구’ 인정까지 = 현재 보험대리점업계가 보험판매채널의 중심축으로 부각되면서 금융당국 감독 또한 한층 강화됐다. 2009년 금융감독원의 정기적인 검사·감독을 시작으로 법인보험대리점 임원자격요건 강화, 대형법인보험대리점 불건전영업행위 상시감시체계 구축, 보험설계사 모집경력조회시스템 도입, 보험대리점 보험사 수준 내부통제 강화까지 이어졌다.
보험대리점협회는 이런 기조에 발맞춰 보험대리점업계도 자정노력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보험대리점협회와 보험대리점업계는 ‘내부통제강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TF는 내년 1월 보험업감독규정(대형법인보험대리점 내부통제 강화) 시행에 대비해 운영 중인 내부통제모범규준을 보완하고, ‘상시모니터링 지표 향상을 위한 실천방안’ 수립을 통해 모집질서 개선과 소비자보호를 위한 자정노력을 강화했다.
조 회장은 “보험대리점협회는 보험대리점 경영공시 관리를 주도적으로 지원해 올해 상반기 실적이 있는 법인보험대리점 중 99.8%가 공시를 완료하도록 이끌어 냈다”며 “7월 과태료 부과 시행 이후 첫 법인보험대리점 경영공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법인보험대리점의 불이익을 최소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소형 법인보험대리점의 혼란과 우려가 많았으나 보험대리점협회가 지속적인 안내로 불이익 최소화와 제도의 안정적 정착에 힘썼다”고 말했다.
협회의 자정노력으로 57개 대형법인보험대리점의 2019년 상반기 불완전판매율이 2018년 말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상위 10개 법인보험대리점의 평균 불완전판매율은 생명보험 0.21%, 손해보험 0.04%로 지난해 말 각각 0.67%와 0.09%에 비해 2배 이상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보험대리점협회는 최근 ‘자율규제기구’로 인정받았다. 7월 금융위원회는 보험대리점 내부통제 강화와 보험설계사 교육제도 개선방안을 담은 보험업감독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의 별표 5의 6에는 “보험업법 제178조 제1항에 따라 보험대리점을 회원으로 설립된 단체는 소속 보험대리점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준내부통제기준을 제정할 수 있고, 소속 보험대리점에 사용을 권고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조 회장은 “국내에서 보험대리점을 회원으로 하는 단체는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유일하다”며 “당국이 보험업감독규정에 보험대리점협회가 보험대리점의 표준내부통제기준을 제정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은 보험대리점협회를 보험대리점업계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협의 창구로 인식한 것이고, 보험대리점업계의 ‘자율규제기구’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보험대리점협회는 ‘보험대리점업계 지속성장·발전을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보험대리점업계의 중장기적인 발전방안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 해당 사안은 늦어도 다음 달 안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보험대리점협회의 장기 비전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보험 판매 전문회사 제도를 도입해 판매회사가 보험회사를 단순히 대리하는 업무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며 “보험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고, 보험회사는 보험 상품 개발에 역량을 다하게 돼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회장은 “보험대리점협회는 보험업법에 의거해 설립됐다”며 “앞으로 보험대리점 관련한 업무를 금융당국으로부터 위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