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공기업의 수준을 이같이 평가했다. 고동원 교수는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기관장, 감사 및 비상임이사로 임명되는 관행이 이를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윤종원 전 경제수석의 IBK기업은행장 임명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금융공기업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어떤 사람이 기관의 장으로 임명돼야 하는지, 어떤 제도로 운영돼야 하는지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조직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은 리더의 역량이므로 금융공기업의 기관장도 인맥이나 연줄이 아닌 실력으로 걸러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기관장 자격 조건 강화 및 내부통제 강화를 언급하며 낙하산 인사가 근절돼야 금융 수준이 선진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관의 장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조직의 리더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조직의 성격, 더 나아가 조직의 흥망까지 결정된다. 리더에 따라서 적자 혹은 흑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리더의 역량이 조직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리더는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정권을 가졌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자리다.”
-금융공기업의 장은 어떤 사람이 와야 하는가
“금융공기업은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지닌 인사가 오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와야 경영이 정상화되고, 그 결과 수익이 올라가면서 투입되는 국민세금이 줄어든다. 금융공기업의 운영이 잘 되면, 거기로부터 지원을 받는 기업이나 국민들에게 자연스럽게 혜택이 돌아간다. 즉, 전문성 있는 사장이 국민 혈세를 절약하는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낙하산 사장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사장의 전문성에 관한 요건을 구체적으로 법에 담으면 된다. 현재는 관련 법이 있더라도 굉장히 추상적인 수준이고 임명과 절차에 관한 내용만 있지 자격에 관한 조항은 없다. ‘금융업 3년 종사’라는 식으로 자격 조건을 수치로 못 박으면 된다. 이럴 경우 실무적 경험이 두터운 인물이 사장으로 오게 된다.”
-사장을 추천하는 공기업 내 임원추천위원회도 대부분 낙하산이다
“임추위를 구성하는 비상임이사도 친정부 인사가 많다. 이런 이사들은 기관장이 임명하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고, 그 결과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노동조합추천이사제가 그 대안 중 하나다. 한 사람이라도 근로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낸다면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의견을 추진하기 어렵다. 노동이사 한 사람이 이사회 전체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권 인물이 공기업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생각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조직 전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큰 약점이다. 최근 윤종원 전 경제수석의 기업은행 임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3번 연속 내부에서 행장이 배출돼 영업 실적도 좋았고,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원활하게 이행됐다. 아무 문제가 없던 조직에 갑자기 은행과 관련된 경험이 전혀 없는 관료 출신이 내려왔기 때문에 금융노조도 반대하는 것이다. 반대의 가장 큰 원인은 전문성과 경험의 결여다.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난해 몇몇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국책은행 감사 자격을 관련 분야 10년 이상 종사자로 명시했다. 이처럼 기관장 감사 자격을 강화하는 법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기관 내부통제가 필요하다. 기관장이나 이사회 이사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내부통제가 중요하고, 그 다음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관리하는 준법감시 부서다. 준법감시 부서의 영향력이 커질 때 금융 수준도 선진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