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은 이날 “역사상 가장 큰 데이터 침해 중 하나”라며 기소 사실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 국민의 개인 정보를 의도적이고 광범위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에퀴팩스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은 2017년 일어난 미국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개인신용정보업체 에퀴팩스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이름, 생일, 주소, 사회보장번호(SSN) 등 고객들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1억4700만 명이 피해를 봤다. 기소된 중국 군인 4명은 에퀴팩스 보안망에 침투, 몇 주간 머무르면서 개인정보 등을 빼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숨기기 위해 약 20개국에 30여 개의 서버를 두고 데이터를 전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기소를 두고 마크 비고어 에퀴팩스 최고경영자(CEO)는 “연방 사법 당국이 사이버 범죄, 특히 배후에 국가가 있는 범죄를 엄중하게 다뤄 안심이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3년 전 발생한 이 사건으로 에퀴팩스는 수억 달러를 물게 된 상황이다. 앞서 에퀴팩스는 사건과 관련된 각종 소송을 취하하기 위해 총 7억 달러에 달하는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최근 미 당국은 자국을 겨냥한 중국의 스파이 활동 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무부의 이번 조처 역시 미 당국의 이러한 방침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2000만 명 이상의 전·현직 연방 공무원 및 계약자의 신상 정보가 유출됐던 2015년 미국 연방인사관리처(OPM) 전산시스템 해킹 사건 역시 중국 해커들이 배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호텔 고객 5억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2018년 세계 최대 호텔그룹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해킹 사건에도 중국 정부가 관여했다고 의심 중이다.
미국이 중국 스파이 활동에 대해 칼을 빼 들면서 1단계 합의로 휴전에 돌입한 양측의 관계에 또다시 냉기류가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바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행정부 인사관리국의 인사기록 도난을 포함해 미국의 대형 보험회사 앤섬, 에퀴팩스 신용 및 기타 정보 절도까지 수년 동안 우리는 미국인들의 개인 정보에 대한 중국의 탐욕을 목격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날 바 장관은 메리어트 해킹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는 중국에 책임이 있다고 믿는 미국의 인식을 공개적으로 처음 드러낸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