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패밀리] 세계 금융의 보이지 않는 손…‘로스차일드家’

입력 2010-11-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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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여년간 금융· 정치계 지배…역사적 사건 배후

(편집자주: 역사적으로 글로벌 사회·문화·경제를 좌우하는 명문 가문은 존재해왔다. 유럽의 로스차일드 가문이 글로벌 자본시장을 주무르듯 이른바 로열패밀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파워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를 이해하고 역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로열패밀리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13회에 걸쳐 글로벌 로열패밀리의 역사와 자본 그리고 그들의 영향력을 분석한다)

▲영국 버킹엄셔에 위치한 로스차일드가 저택. 1874~1889년 네오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졌다.
▲영국 버킹엄셔에 위치한 로스차일드가 저택. 1874~1889년 네오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졌다.

18세기 이후 약 250여년간 전세계의 돈줄을 좌우한 유대계 최대 금융가문 로스차일드.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은 세계 최고의 부자는 빌 게이츠가 아닌 유대계 자본가 로스차일드가라고 언급했다. 그는 로스차일드가문의 재산규모가 50조달러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지만 전세계 자본의 절반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막강한 자본 파워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로스차일드가의 재산은 보통 ‘추정 불가능’으로 정의된다.

로스차일드가 금융의 힘은 세계 정치를 주물러왔다.

미국 남북전쟁, 나폴레옹 전쟁, 제1차 세계대전 및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발포어선언, 수에즈운하 건설, 이스라엘 건국까지 인류 역사의 굵직한 정치 사건에 개입하며 2세기 동안 세계를 호령했다.

가문의 시작은 보잘 것 없었다. 로스차일드는 독일어 로트쉴러로 붉은 방패라는 의미. 가문의 선대는 독일에서 골동품을 팔며 붉은 방패를 집 앞에 내걸었다.

로스차일드가문의 영광을 탄생시킨 인물은 1744년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 희귀한 옛날 지폐를 구해 귀족과 상류층에게 팔러 다니던 마이어는 당시 프로이센의 왕 헤센 프리드리히 대왕의 아들 빌헬름 황태자를 만나 직접 거래하며 환전 등 금융 관련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세계 최대 돈줄의 시작이었다.

로스차일드는 당시 4000만달러에 달하는 최대 상속을 받았던 빌헬름의 재정을 담당하는데 이어 왕실의 자금을 관리하는 등 금고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로스차일드가가 자본 증식의 꿈을 실현한 데에는 다른 중요한 배경이 있었다. 바로 정보력이다.

로스차일드는 다섯 아들을 런던, 파리, 빈, 나폴리,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유럽국가로 보내 금융사업을 확대했고 아들의 정보력과 명석한 두뇌는 가문의 전성기를 실현케 했다.

로스차일드 가문만의 정보 네트워크가 빛을 발한 것은 워털루 전쟁 투기 사건이다. 가장 명석했던 셋째 아들 네이선이 투자의 귀재 노릇을 했다.

정보의 중요성을 미리 간파했던 네이선은 워털루 전쟁에 정보원을 투입, 나폴레옹 군이 대패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입수했다.

▲영국 런던 소재 로스차일드 은행. 블룸버그.
▲영국 런던 소재 로스차일드 은행. 블룸버그.
명석한 네이선은 정보를 역으로 이용했다. 프랑스가 아닌 영국 국채를 내다 팔아 치운 것이다. 영국군이 대패했다고 믿은 투자가들은 금융계 거목의 움직임에 재빠르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영국 국채는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100파운드에 달하던 영국 국채는 한때 5파운드까지 떨어졌다. 네이선은 영국 국채를 헐값에 사들이기 시작했다. 국채 가격은 폭등했고 그는 5000만파운드로 로스차일드 가문에 2억3000만파운드의 돈을 쌓았다.

당시의 시세차익은 현 시가로 약 6억 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채권을 쓸어 담은 네이선은 당시 거래소 상장 채권의 62%를 소유했다.

명석한 두뇌들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워털루 투기로 막강한 자본력을 거머쥔 로스차일드가는 유럽 각지에 은행을 설립, 유럽 금융에 깊숙히 개입한다.

첫째 암셀은 프랑크프루트, 둘째 살로몬은 빈, 셋째 네이선은 런던, 넷째 칼은 나폴리, 다섯째 제임스는 파리에 각각 은행을 설립했다.

각국에 포진한 형제들은 상호간에 현지 정보 교환을 최우선 수단으로 삼았다. 이들의 네트워크는 유럽 금융의 움직임을 통제했다.

이들의 활약은 정치성을 띠기 시작해 각국의 왕가와 밀접한 관련을 맺기에 이른다. 국가의 재정도 이 가문에 의해 좌우됐으며 정부는 전쟁 참여와 지원에도 이 엄청난 가문의 손을 빌려야 했다. “로스차일드가의 지원이 없으면 유럽의 어떤 왕도 전쟁을 일으킬 수 없다”는 말은 여기서 비롯됐다.

로스차일드가는 철도사업의 미래를 예측, 꾸준한 투자를 단행해 철도 산업 발전과 동시에 자본을 늘렸고 19세기 중반 영국정부의 수에즈 운하 주식매입 자본을 공급해 정경유착을 더 견고하게 했다.

영국의 식민지정책은 물론 2차대전 중 영국에 전쟁비용을 지원했다. 팔레스타인 땅을 유대인에게 양도해 이스라엘을 독립케 한 발포어 선언 역시 로스차일드 가문은 보이지 않는 배후로 움직였다.

가문은 ‘돈으로 열리지 않는 문은 없다’는 금융으로 똘똘 뭉친 철학을 심었다.

자식들이 금융인으로 성장해 가문이 금융제국이 되길 원했던 아버지는 가문내 결혼, 재산의 비밀관리, 장남의 가문 승계 등을 철저하게 요구하며 가문이 가진 파워의 분산을 막았다.

1940년 당시 로스차일드 가문의 재산은 약 5000억달러였다. 이는 당시 미국내 자산의 2배이며 전세계 부의 50%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로스차일드가의 재산은 추정이 불가능하다. 이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기업들이 대부분 비상장이기 때문. 일각에서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재산이 세계의 부호 빌 게이츠가 가진 500억달러의 1000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로스차일드가문은 8대에 걸쳐 여전히 글로벌 금융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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