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같은 100일이었다.”
강호갑 신영그룹 회장은 중견기업연합회장 취임 100일에 대한 소회를 이 같이 표현했다. 중견기업에 대한 인식이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단계에서 중견기업을 대변하는 역할이 녹록지 않았음을 감지할 수 있다.
산업, 경제적인 영향력에 반해 중견기업 개념을 반영한 법령은 단 3개에 불과할 만큼 아직 중견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도는 현저하게 낮다. 헤처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 그러나 강 회장은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뚝심으로 중견기업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만큼은 굳건했다.
강 회장이 정확히 중견기업연합회장 취임 100일을 맞이하던 지난 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중견기업연합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대한민국은 중견기업이 답… 중견기업 육성법 및 법령 개념 정립 중요”
지난 2월 취임 후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중견기업 육성법’제정 및 중견기업 개념이 정확치 않은 18개 법령 수정 등 두 가지를 수차례 강조했다.
중견기업에 대한 개념은 재작년에 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정립됐다. 그러나 산업기술혁신촉진법을 포함한 3개 법령에만 중견기업 개념이 반영돼 있을 뿐 중견기업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강 회장은 업계는 물론 정계 인사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중견기업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이달 4일부터 오는 8월까지 기업인과 국회의원이 함께 참석하는 ‘중견기업 육성 릴레이 토론회’를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강 회장은 “기획재정위원장,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이 기업인들과 한자리에 모여 중견기업 발전을 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다”며 “부족한 점은 겸허히 수렴하면서 하나씩 발전해 나갈 것이며 ‘신발 속 돌멩이’와 같은 중견기업의 애로사항 해결, 중견기업 육성법 도입 방안 등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견기업 육성법 제정 촉구, 중견기업 개념이 포함돼 있지 않은 18개 법령 재개정 등의 현안은 지속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여 이달 중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인들에게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개선 과제로 상속세 등 세법개정, 우수인력 유출 방지 제도를 대표적으로 꼽았다. 그는 “고령인 CEO에게 상속세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면서 “대구 간담회에서 만난 한 기업인이 말하기를 연구개발 직원들이 입사해서는 그날부터 S사, H사에 대한 이직 계획을 밝히고 업무를 시작한다고 했다. 3년 동안 키워놓으면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이런 관행들도 제도적으로 막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이 성장해 중소기업의 멘토 역할을 하고, 덩달아 중소기업도 성장하는 선순환 과정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중견기업계의 발전, 중견련 시스템 구축, 중견기업 관련 법-제도 제정 등에서 절대 포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다른 환경은 인정… 우리식으로 체화하는 것이 중요”
중견기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히든챔피언 육성에 성공한 독일 역시 자연스럽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강 회장은 독일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환경이 우리와 다르다는 점은 분명히 인지하면서 우리식으로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강 회장은 “폴란드에 공장을 지으면 근로자들의 임금이 저렴하지만 독일의 히든챔피언들은 대부분이 자국에서 기업을 운영한다”며 “이런 기업가 정신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이는 곧 청년일자리, 근로자 임금구조, 사회적 역할과 연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히든챔피언을 그대로 따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글로벌 전문기업’을 지향한다”며 “중견련 영문 이름을 ‘KOMIA(Korea Medium-size Industries Association)’에서 ‘AHPEK(Association of High Potential Enterprises of Korea)’로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제1차 중견기업 정책 토론회 때 초청했던 독일기업 ‘파버카스텔’이 250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부분은 국내 중견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영그룹 직원들에게 100년이 지나 1초 후에 회사가 망할지언정 100년 기업을 향하자는 얘기를 했는데, 이제 신영그룹의 목표는 260년으로 수정했다”며 “이 같은 기업가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자리가 자주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끝으로 “연합회도 중견기업과 같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이달 중으로 연합회 조직 운영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신영그룹의 경우 글로벌 1등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