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연예병사’ 비, 대중의 징계는 남았다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3-07-1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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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사진 = 방인권 기자 bink7119@)

연예병사들이 결국 국방부의 철퇴를 맞았다. 위용섭 국방부 공보담당관(육군 대령)은 18일 공식 브리핑을 열고, “국방홍보지원대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던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 국방홍보지원대에 대한 감사 결과 후속 조치로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예병사 관리 운영 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시작 된지 20여 일만에 나온 결과다. 그간 감사 기간을 연장하고, 연예병사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국방부의 모습을 볼 때 이 같은 결정은 다소 의외다. 반면, 군 기강을 뿌리 채 흔들고 현역 군인은 물론 예비역, 국민들의 반감을 산 연예병사 제도의 폐지는 문제의 근원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기도 하다.

8명의 연예병사 중 중징계 7명, 경징계 1명의 특단의 조치가 내려진 이 시점에서 대중의 관심은 지난 10일 전역한 가수 비(정지훈)에게 쏠리고 있다. 물론 비의 징계 사유가 휴대폰을 소지한 채 무단이탈을 일삼은 김모 병장이나 퇴폐업소를 들락날락한 이모, 최모 일병보다 법적, 도의적으로 무겁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16년간 명맥을 이어오던 연예병사 제도의 폐지에 있어 비는 그 중심에 있었다.

사실 지난 1월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비의 일탈은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근무태도와 탈모 보행 등으로 군인복무규율을 어겨 7일의 근신 처분을 받았다. 비의 연예병사로서 이같은 행태는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 소속 홍보지원대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비로 인해 “그래도 군대인데 설마”라는 말로 치부됐던 연예병사들의 복무 행태에 대해 대중적 시선이 쏠렸고,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다른 병사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휴가, 외출, 외박일수, 군 관련 행사 후 특급호텔에서 숙박한 사실 등 점차 형평성에 어긋나는 사실들이 밝혀졌다.

▲위용섭 국방부 공보담당관(사진 = 양지웅 기자 yangdoo@)

실망스러운 것은 이번 연예병사 폐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SBS '현장 21' 속에 드러난 비의 모습이었다. 비는 스스로 뭇매를 맞을 정도의 잘못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개인보다 단체가 중요시되는 군대에서 연예병사 제도에 대한 비난을 야기했다면 도의적 책임을 느꼈어야 했다. 그런데 비는 지난달 6·25 전쟁 춘천지구전투 전승행사 후 전우들과 사복 차림으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국방부 징계를 받은지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 모든 것이 비의 책임은 아니다. 계급 사회에서 관리 소홀을 한 국방홍보원 관리자의 책임도 크다.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군대 간 연예인들’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호의에서 적대로 바뀌었고, 국방부 차원의 징계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이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이는 7일간의 근신이 얼마나 미온적인 대처였는지를 입증하는 한편, 반성의 시간을 가지길 바라는 대중에 대한 정면적인 배신이었다.

공교롭게도 비는 지난 10일 전역했고, 18일 연예병사는 폐지됐다.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 늘 감사드린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 충성”이란 짧은 인사와 함께 도망치듯 빠져나간 그의 뒷모습에서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엿볼 수는 있었지만 중징계를 받고, 야전부대로 재배치되는 동료들, 앞으로 군에 입대할 연예인들의 처지와 비교해 볼 때 다소 무책임해보이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과거 태양을 피하며 무대를 주름 잡고, 할리우드에서 국위선양하던 비는 이제 연예병사 폐지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됐다. 비의 이름은 국방부 징계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중에게는 무엇보다 강렬하게 각인돼 있다. ‘마지막 연예병사’라는 타이틀은 비에게 내려진 가장 무거운 징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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