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조금 느리더라도, 진실하게- 한아름 IFGpartners 디자이너

입력 2013-08-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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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근원은 말이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라는 성경 구절도 세상이 말로 시작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세상을 창조할 만한 말의 위대한 능력을 주제로 한 책들이 이미 서점을 채우고 있고, 여러 매체를 통해 ‘말한 대로 이뤄진다’는 긍정적인 말을 독려하는 메시지도 자주 접할 수 있다.

말이 가지고 있는 힘이 부각된 것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등의 옛 속담을 보아도 알 수 있고,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하라’는 성경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말에 대한 오랜 가르침은 "신중하게 그리고 적게"로 요약된다. 많은 말보다는 신중한 말 한마디를 더 가치있게 여겼다.

그러나 ‘LTE급’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만큼 모든 것이 빠른 현 시대에는 ‘급하고 많은’ 말이 강세이다. 각자의 논리로 능숙하게 세련된 말을 하지만, 실상은 텅 비어 있는, 울리는 꽹과리와 같은 말들이 많다. 심지어 말을 글로 표현하여 소통할 수 있는 SNS에서도 실시간 새로운 이야기들이 대량으로 쏟아지지만, 생각을 품고 마음으로 퇴고하는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소통의 부재를 느낀다.

비록 ‘말’은 무형이지만 표정과 기분을 담고 있어서 예부터 '신중하고 적게' 다뤄야 한다고 했는데, 대중적 소통의 메카인 SNS에서 사람들은 여과없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표출한다. 즉, 빠르고 쉽게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SNS의 장점이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말이 세상을 '창조'한 것과는 반대로 진정성 있는 말(語)의 부재는 우리를 더 '각박한' 세상으로 인도할 것이다. 현 사회는 창조적인 말, 즉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말이 필요하다. 짧은 한마디를 하더라도, 조금 느리더라도, 서로에게 진실한 생명의 말을 하자. 그것이 닿은 곳마다 부활의 생명력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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