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나 혼자 산다는 것- 우희덕 숭실대 입학관리팀 계장

입력 2013-09-05 11:1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지금 대한민국은 사바나 초원이다. 지구 온난화나 그에 따른 전력난 때문이 아니다. 부쩍 도심에 자주 출현하는 멧돼지처럼, 서울대공원에서 일제히 동물들이 탈출했기 때문도 아니다. 넘쳐나는 ‘초식남’ 때문이다. 연애나 결혼 따윈 관심 없는, 건조한 사회에 최적화된 신종 인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MBC의 ‘나 혼자 산다’가 인기다. 결핍으로 점철된 노총각 시청자에게 이 프로그램은 도발적으로 다가온다. 일단, 여자가 없다. 군대나 축구 따위가 아닌 이상, 혼자 사는 남자들만 우르르 나오는 현실을 납득하기란 쉽지 않다. 재미도 없다. 만들어진 일상은 부자연스럽다. 무엇보다 배려가 없다. ‘불금’에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보고 자위하라는 것은 가혹하다.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독한 외로움, 지저분한 집안, 지루한 식사 등은 혼자 산다면 ‘너는 내 운명’이다. 또 새로운 일상과 만남을 원하지만 결국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 하지만 방송은 방송일 뿐, 현실은 ‘무지개 저 넘어’에 있다. 대중적 인기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연예인들이 만들어내는 혼자의 삶은, 실제의 그것과는 다른 자발적 소외와 가상현실일 뿐이다.

남자가 혼자 사는 것은 양면적이다. 무엇보다, 경제력이 충분한 경우와 반대의 상황이 존재한다. 하지만 어느 경우라도 ‘남녀는 평등하지만, 집은 남자가 해야지’라는 사회통합의 분위기에 쉽게 편입되지는 않는다. ‘나 혼자 산다’는 주체성의 이면에는 더 이상 부딪히지도, 상처받지도 않겠다는 거세된 자발성과 수동성이 깔려 있다.

‘초식남’ 현상은 그 본질을 증명하지 않는다. 단순히 연애나 결혼 거부의 문제가 아니다. 부족함을 용인 않는 남녀관계의 비대칭성과 자기욕망을 말한다. 혼자 사는 것이 ‘초식남’이라는 허울 아래 이성 배제로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본질을 충만함이 아닌 결핍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사바나와 같은 도피처는 이 사회에 없다.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사랑할 수 없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핑계고 시상식' 대상은 황정민…9만 여표 받으며 수건 세리머니(?)까지
  • ‘재계 유일’ 트럼프 만난 정용진…이마트, 미국 사업 새활로 찾나
  •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던 M&A시장...불확실성에 제한적 회복세 보여 [2024 증시결산]②
  • 무너진 코스피, 전문가들 “한국경기 방향성이 12월 수익률 결정”
  • 비비고ㆍ신라면...‘1조 클럽’ 명맥 이을 다음 타자는?
  • 격랑에 빠진 중소형 증권·운용업계…인력감축 등 몸집 줄이기 ‘한창’
  • 장나라, '23년만' 연기대상에 오열…가요대상까지 석권한 최초의 스타
  • “100년 전통 양조장서 막걸리, 고추장, 된장까지 한번에”…교촌 ‘발효공방1991’ [가보니]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6,373,000
    • -1.03%
    • 이더리움
    • 5,055,000
    • -4.57%
    • 비트코인 캐시
    • 684,500
    • -2.56%
    • 리플
    • 3,372
    • -4.53%
    • 솔라나
    • 277,200
    • -7.57%
    • 에이다
    • 1,348
    • -8.67%
    • 이오스
    • 1,193
    • -9.76%
    • 트론
    • 372
    • -2.62%
    • 스텔라루멘
    • 538
    • -7.08%
    • 비트코인에스브이
    • 80,050
    • -6.76%
    • 체인링크
    • 33,350
    • -9.52%
    • 샌드박스
    • 850
    • -8.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