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재계 5위 동양그룹 어쩌다가…

입력 2013-09-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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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희 이사장의 주식 증여 결정으로 '가뭄에 단비'

형제기업 오리온이 23일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불가’를 선언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던 동양그룹에게 한 줄기 희망이 생겼다. 동양그룹 창업주 미망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오리온 주식 증여를 통해 동양그룹 살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24일 동양네트웍스에 따르면 동양그룹 이 이사장이 지난해 동양네트웍스에 무상 대여한 오리온 주식 2.66%(15만9000주)를 증여키로 결정했다. 동양네트웍스는 지난해 12월 이 지분을 1600억원에 매각해 (주)동양과 동양레저의 자산을 매입하며 동양그룹 계열사의 자금조달과 자산매각을 지원해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찬밥 더운밥 가릴 것 없이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동양그룹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다.

당장 이달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 등의 규모가 1000억원이 넘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조차도 난색만 표하고 있어 동양그룹의 ‘운명의 그날’은 사실상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제척인 증여 시점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안도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동양그룹은 동양시멘트 등 5개 계열사를 통한 CP, 회사채 발행으로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왔다. 이 가운데 이달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CP 등 1032억원을 포함해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CP와 회사채는 각각 7300억원, 3150억원 규모다. 당장 갚아야 할 돈만 1조원이 넘어 자금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재계 순위 5위권까지 오르며 전성기를 누리던 동양그룹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동양그룹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시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건설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자 주력 사업이었던 시멘트, 레미콘 사업이 휘청대기 시작하면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2009년부터 2년 간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왔지만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지금의 상황을 막지 못했다. 동양은 구조조정 결정 이후 △폐열발전소(400억원) △레미콘공장(1145억원) △선박(350억원) △냉동창고(345억원) △주식(1600억원) 등의 매각을 비롯, 파일사업부 양도(1170억원), 자본유치(503억원)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의미다. 그나마 수 천억원의 현금이 확보될 수 있는 동양매직·섬유사업부문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것이 위안이다.

이에 동양그룹 측은 CP 상환 속도를 내기위해 총 5000억∼1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을 결정, 오리온 대주주인 담회장(12.91%)과 이화경 부회장(14.49%)에게 이들이 보유한 오리온 지분 15∼20%를 담보로 신용보강을 해줄 것으로 요청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지분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 뿐 아니라 오리온그룹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4월 개정된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오는 10월 24일부터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은 계열사의 회사채와 CP를 사실상 판매할 수 없게 됐다. 그 동안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와 CP 판매 창구 역할을 해 온 만큼 동양그룹에게는 직격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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