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가 꿈틀대고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에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통화 가치 역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 대비 말레이시아 링깃 가치는 10월에 3.5% 올라 아시아 11국 통화 중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다고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달러ㆍ링깃 환율은 이날 오후 2시20분 현재 전일 대비 0.36% 하락한 3.1609링깃에 거래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도 장 초반 달러에 1만1248루피아로 지난달 11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달러ㆍ루피아 1개월물 환율은 1만850루피아를 기록했다. 이는 1개월여 만에 루피아 가치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달러당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전날 상파울루외환시장에서 2.1697헤알로 21일 종가인 2.1794헤알에서 올라 사흘 만에 첫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 대비 한국 원화 가치는 이날 1055.8원에 마감하면서 1060선이 깨졌다. 원화 가치는 지난 1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부는 전날 지난 9월 비농업 고용이 14만8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18만명은 물론 전월의 19만3000명(수정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증가폭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7.2%로 2008년 11월 이후 4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이는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많은 것에서 비롯됐으며 실질적인 고용시장 회복으로 볼 수 없다는 평가다.
이에 연준의 출구전략 시기도 더욱 연기될 전망이다. 블룸버그의 집계에서 전문가들은 내년 3월 이후에나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1개월 전만 해도 전문가들은 연준이 늦어도 12월에는 양적완화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의 출구전략이 미뤄지면서 신흥국들이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자본 이탈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재무부의 집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인도네시아 자국 통화 표시 국채를 7조6800억 루피아(약 7200억원) 순매수했다.
CIMB니아가은행의 미카 마르툼팔 채권 리서치전략 대표는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인도네시아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루피아 가치가 안정을 찾으면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