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자기조립 연구단 김기문 단장은 첨가제나 주형을 사용하지 않고도 속이 빈 마이크로 도넛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도록 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직사각형 모양의 단량체(안트라히드로퀴논) 분자들이 서로 연결돼 자동으로 속이 빈 마이크로 도넛을 이루는 것을 보고한 것이다.
마이크로 도넛은 지름이 약 0.7~2.7마이크로미터(㎛)에 단면의 너비가 약 40~80나노미터(㎚)이고 내부에 빈 공간을 지니는 초소형 도넛 모양의 고분자 물질로, 비어있는 내부 공간에 다른 작은 분자를 포집했다가 배출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면 약물전달이나 촉매, 나노물질을 원형으로 배열할 수 있다.
또 블록 분자의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나노·마이크로 구조체를 손쉽게 합성할 수 있어 다양한 형태의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IBS 측에 따르면 속이 빈 마이크로 도넛을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꼭짓점에 끈끈이를 가지고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안트라히드로퀴논 분자를 연결분자와 함께 용매에 녹인 후 자외선을 쪼여주는 게 전부다. 이때 직사각형 분자들은 스스로 연결돼 얇은 타원형의 고분자 조각들을 형성하고 이것들이 한쪽 방향으로 말려서 나노튜브가 만들어진 뒤, 나노튜브가 길게 자라나다가 마침내 끝과 끝이 만나서 속이 빈 마이크로 도넛을 이룬다.
이와 같은 분자들의 자기조립현상은 기존에는 조절이 쉬운 비공유결합을 통해 이루어진 것에 반해, 이번 연구에서는 비가역적인 공유결합을 통해서도 분자들이 자기조립해 특이한 구조체를 형성할 수 있고 블록 분자를 디자인하는 것에 따라서 원하는 구조체를 합성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또 마이크로 도넛의 비어있는 내부에 다른 분자들을 담아놓거나 도넛의 한쪽 벽면이 열리면서 담아둔 분자를 내어놓을 수 있고 외벽은 촉매로 사용될 수 있어서 약물 전달체나 촉매 등과 같은 분야로의 응용이 가능하다.
IBS 복잡계자기조립 연구단 김기문 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로 기존에는 불가능해보였던 비가역적인 공유결합을 통한 자기조립현상으로 원하는 구조체를 합성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며 “이에 보다 다양하고 안정성 높은 나노 및 마이크로 구조체를 쉽게 합성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2월호 표지 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