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조민호, "섞어도 섞이지 않는 나는 회색빛…'잘 노는 개구쟁이' 이미지 좋다" [인터뷰]

입력 2014-04-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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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위해 18세 때 대구서 나홀로 상경… 몸으로 부딪치며 나만의 워킹·포즈 찾아

▲사진=장세영 기자(photothink@)

“나는 회색이다. 회색은 다른 색깔과 섞이지 않고 본연의 색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내 본연의 색을 갖고 싶다.”

모델 조민호의 첫인상은 ‘재미있는 개구쟁이’였다. 예상대로 유쾌하고 위트가 넘쳤다. 깔끔한 흰 티셔츠와 청바지에 회색재킷을 입고 빨간 비니(두건처럼 머리에 딱 달라붙게 뒤집어쓰는 모자)까지 더해 개성있는 패션감각을 드러낸 그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 웃음으로 개구쟁이 면모를 드러냈고, 인터뷰 내내 거침없는 입담과 솔직하고 당당한 그의 매력에 매료됐다. 어느덧 9년차 모델이 된 그는 어떤 히스토리를 가졌을까.

“18세에 데뷔를 했다. 2007 S/S 서울패션위크 박혜린 디자이너의 ‘더혜린옴므’쇼가 첫 무대였다. 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모델 선발대회에 나가게 됐다. 그 대회를 계기로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일하는 게 힘들어서 고3 때 전학을 갔다.”

그는 꿈을 찾아 홀로 상경했으나 삶이 순탄치 않았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 그는 패션업계관계자와 인연을 맺으면서 스스로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집이 여유롭지 않았기에 아카데미를 통해 배워야겠다는 생각보다 혼자 어떻게든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 3때 일을 하나도 못했다. 서울에 와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관계자 미팅도 다니고, 선배들도 만나면서 패션계 사람들을 조금씩 알아갔다. 고3때를 생각하면 아쉽다.”

▲사진=장세영 기자(photothink@)

그는 스스로 모니터링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워킹하고 또 모니터링하면서 스스로 자기가 예뻐 보이는 법을 찾았다.

“사실 저는 색깔이 뚜렷하지 않다. 꽃미남도 아니고 남성적이지도 않다. 특정한 이미지가 없다. 그게 매력이 아닐까?(웃음) 자유분방하고 거리낌 없는 모습을 팬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이미지 메이킹도 따로 하지 않는다. 이미지를 신경 안 쓰는 게 이미지 메이킹이지 않을까. 팬들이 느끼고 대중이 느끼는 내 모습이 원래 내 모습이다.”

조민호는 다양한 국적의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패션위크 같은 큰 규모의 행사 때 팬들과 만남이 잦다.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기 때문. 이번 2014 F/W 서울패션위크 때도 많은 팬이 조민호를 찾았다.

“늘어가는 트위터 팔로우 수를 보면서 팬들의 마음을 느낀다. 이번 패션위크때도 제가 쇼에 서는걸 아니까 찾아오셔서 먹을거나 비타민제 등 선물을 주셨다. 일본팬의 경우 ‘민호상’이라고 외쳤고, 한국말로 ‘민호씨 팬입니다’라고 하더라. 한국말을 직접 연습하고 오셔서 깜짝 놀랐다.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다.”

▲사진=장세영 기자(photothink@)

그에게 패션위크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기억나는 일화에 대해 묻자 모델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겪은 실수담을 털어놨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법. 그가 지금도 떠올리는 사건은 무엇일까.

“매번 친구들끼리 모이면 실수했던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22세 때 런웨이를 앞두고 있었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모델사이 런웨이 간격시간이 길었다. 원래 여유있게 옷을 갈아입고 매무새를 가다듬고 하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정신이 없었다. 헬퍼분이랑 사인도 안 맞고 디자이너의 마지막 확인도 제대로 못 받고 런웨이에 나갔다. 순간 동선이 틀렸고 ‘아 틀렸구나. 큰일났다’ 생각했는데 그 부분이 클로즈업돼 다 드러났다. 화가 났다. 실수를 처음해봐서 실수대처법을 모르고 당황했다.”

그는 모델 경력 9년차임에도 여전히 촬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카메라 앞에서면 떨린단다.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은 조민호를 더 성장하게 만드는 발판으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촬영이 아직도 어렵다. 광고나 화보 촬영을 할 때 카메라 앞에서면 떨린다. 무언가 콘셉트가 명확하면 잘할 수 있는데 흰 배경에 자유롭게 하라고 하면 떨린다. 아무리 오래 일을 해도 무덤덤해지지 않는다. 쇼도 마찬가지다.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움 설렘이다.”

▲사진=장세영 기자(photothink@)

그에게 이상형을 묻자 스스럼없이 모델 이현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조민호는 이현이의 어떤 매력에 빠졌을까.

“생각했던 이상형 그대로다. 계란형 얼굴에 약간 찢어진 눈을 좋아한다. 입술도 마찬가지다. 이런 얼굴을 가졌으면 예쁘겠다 생각해왔는데 그 사람이 이현이 누나였다. 21세 때 처음봤다. 최근 쇼장에서 누나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하니 ‘어떤 애가 따라다니더라’고 하더라.(웃음)”

조민호는 현재 패션계와 방송계에서 주목하는 남자모델 중 하나다. 지난 2014 F/W 서울패션위크에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패션쇼 무대에 올랐고 케이블 채널 스타일온 ‘스타일 로그’ MC로 발탁돼 홍종현 나나와 함께 진행을 맡고 있다.

“패션쇼는 즐겁고 재밌다. 쇼를 생각하면 항상 떨림이 있다. 쇼 시작 5분전이 최고 절정이다. 정말 기분 좋은 설렘과 떨림이다. 방송은 하고 싶었다. ‘무한도전’ 완전 팬이다. 지나가면서라도 한번 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게스트로 꼭 한번 출연해보고 싶다. 패션방송은 하고싶었다. 사실 패션방송을 하지만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풍부한 지식을 전달할 순 없다. 단 내가 패션일을 하면서 몸으로 익힌 감각을 바탕으로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 시청자들의 눈높이에서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사진=장세영 기자(photothink@)

방송에서도 그의 솔직한 매력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유분방하고 밝고 쾌활한 이미지에 대해 만족하냐는 질문에 1초도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힘든 남자모델의 세계의 한계를 느끼고 방송쪽으로 나가는 것이냐’는 돌직구 질문에도 거침없이 대답했다.

“저의 이미지는 ‘비글’(강아지)이다. 마음에 든다. 주위 신경 안 쓴다. 친한 형들(모델 87라인, 김원중 박지운 도상우 김찬 강철웅 등)들도 재미있어하고 좋아해준다. 옛날에는 모델 일을 하다가 방송이나 연기자로 빠지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먹고사는 방법이라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기에 방송을 나갔을 뿐이지 안 좋게 볼 수 없다. 사실 모델 일만 하면 힘든 건 사실이다. 먹고사는 문제다. 금전적인 부분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다.”

조민호는 당분간 화보촬영과 방송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그는 모델로서 원대한 꿈을 품고 있지 않았다. 자신의 꿈인 모델이 됐으니 그게 맞은 일을 해나가며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애쓴다.

“나는 뚜렷한 목표를 두지는 않는다. 큰 꿈을 향해 쫓아가지도 않는다. 나에게 주어진 일, 내일 할일을 잘 준비해서 최고를 만들고자 애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진=장세영 기자(photo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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