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야구 우승과 고양 원더스 해체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9-1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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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야구의 세계 제패와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해체는 한국 야구의 양지와 음지를 드라마틱하게 노출시킨 사건이다. (사진=AP뉴시스)

희망과 절망이었다. 2014년 가을은 한국 야구의 씁쓸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계절이다. 리틀리그 야구 월드시리즈 우승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내 유일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해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리틀 야구 우승 후 17일 만이다.

한국 리틀 야구 대표팀(12세 이하)은 지난 1985년 우승 이후 29년 만에 리틀 야구 세계 정상에 섰다. 어린 선수들의 투혼에 어른들의 눈시울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어린 꿈나무들에게 ‘세계의 높은 벽’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의 중심일 뿐이었다.

하지만 10년 뒤에도 우리 아이들이 지금처럼 당당할 수 있을까. 어른들의 눈을 촉촉하게 적신 눈물 뒤에는 결코 보장되지 않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스러운 마음이 녹아들어 있다.

국내 유소년 야구팀은 약 250여개(초등학교 100여개ㆍ리틀 야구팀 150여개)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고교야구는 54팀에 불과하다. 일본의 4030팀(17만312명)과 비교해도 빈약한 구조다. 한국 프로야구가 내년부터 10팀 체제인 점을 감안하면 고교야구와 아마추어 팀만 빈약한 인프라를 갖춘 호리병 구조인 셈이다. 그만큼 프로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독립야구단과 기존 프로야구단이 상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하루 빨리 찾는 것이 세계 무대에서도 당당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주는 길이다. (사진=AP뉴시스)

고양 원더스의 해체는 그 험난한 길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출범 3년 만에 해체를 발표한 허민 구단주의 어려운 결정 뒤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9개 프로구단과의 잦은 마찰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결국 허민 구단주는 KBO의 제도권 밖에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위대한 도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야구계에 존재하는 알력과 기득권 싸움이 고양 원더스를 해체로 몰고 갔다면 관계자들이 원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KBO와 기존 구단들이 조금만이라도 포용력을 발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KBO나 기존 구단들도 독립리그 야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퓨처스리그에 참여

시키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많았을 듯하다.

관계자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돌릴 일도 아니다. 우리의 무관심은 어떤가. 미국과 일본 독립리그는 경기당 평균 약 2000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는다. 그러나 지난 3년간 고양 원더스의 홈구장인 경기 고양시의 벽제야구장을 찾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경기당 100명이 넘지 않는다. 국제대회나 프로야구 외 아마야구나 독립리그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지만 일만 터지면 너나할 것 없이 책임공방전을 벌이는 모습도 난센스다.

이젠 현실을 직시할 때다. 리틀 야구 우승과 고양 원더스의 해체는 한국 야구의 양지와 음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부인하고 싶지만 이것이 한국 야구의 현주소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허민 구단주처럼 매년 30억원 이상을 쏟아 부울 투자자가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다. 리틀 야구 우승과 프로야구 700만 관중시대에 도취해 있을 때도 아니다. 아마야구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한 한국 야구의 미래도 없다.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독립리그가 생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 빨리 구축해야 한다. 기존 프로구단과 독립리그 소속 구단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위해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다. 바로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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