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16일 “내년 투자금액은 17조원 중후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그룹의 실무 부서에서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투자금액으로 17조7000억원이 유력시되는 배경으로는 정 회장이 숫자 ‘칠(七)’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7은 행운의 의미로 사용될 뿐 아니라 한자로 왕성한 양기(陽氣)를 뜻한다.
내년 현대차그룹은 판매 확대와 함께 새로운 보금자리인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개발과 같은 재도약의 시기를 맞는다. 그룹에 중요 현안이 산적한 만큼 7의 의미가 중요시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국내외 시장에서 연간 80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 연간 800만대 판매는 폭스바겐, 토요타, 제네럴모터스(GM), 르노닛산만 달성했다. 현대기아차가 800만대 문턱에 들어서면 르노닛산을 제치고 ‘빅4’로 도약할 수 있는 새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내년 그룹의 새로운 10년을 맞이할 한전부지의 본격 개발 착수도 현대차에게는 전환점이다. 이밖에도 굵직한 투자 현안이 많다. 기아차는 첫 남미 생산기지인 멕시코 공장을 착공하며, 현대차는 충칭이 유력시되는 중국 4공장 건설에 들어간다. 계열사 현대제철은 당진에 건설 중인 특수강 공장을 내년 하반기 완공, 2016년부터 본격 생산에 나선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2015년을 제3의 도약 시기로 평가하고 있다. 2000년대 초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며 제2의 도약을 맞았다면 내년은 글로벌 ‘빅4’ 메이커로 자리 매김할 변곡점이 될 것이란 얘기다.
앞서 정 회장은 16일 주재한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800만대에 만족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며 “800만대는 새로운 시작이며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장환경에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뿐”이라며 “성과에 취하거나 불안한 세계경제 전망에 위축되지 말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내년 투자규모에는 한전부지 납부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내년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계약금 1조550억원을 뺀 9조4950억원을 납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 금액은 현금자산의 유형자산 전환으로 계상된다.